서울 강남에 호텔 ‘견본주택’ 왜 많이 생길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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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요즘 서울 서초·강남구 일대를 지나다 보면 견본주택을 쉽사리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견본주택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아니다. 바로 호텔 견본주택이다. 호텔이니 사실 ‘견본주택’이라기 보다는 그냥 ‘견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호텔 ‘견본’이 요즘 서초·강남구에선 주요 지하철역마다 볼 수 있다. JK메디컬 그룹이 제주시 연동에서 분양하는 ‘라마다 앙코르 제주 호텔’의 견본은 강남구 논현동에 있고, 오는 2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분양 예정인 ‘제주 함덕 라마다’ 견본은 서초구 양재동에 짓고 있다.

강남권 지하철역마다 호텔 견본

또 이달 말 제주시 건입동에 분양 예정인 ‘호텔 리젠트마린 제주’의 견본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밖에 제주시 서귀동에 들어서는 ‘제주 엠스테이 호텔’ 견본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1번 출구에 있고, 제주시 함덕리 ‘코업시티 호텔 제주비치’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다.

모두 서울이나 인근 수도권이 아닌 제주에서 분양 중인 상품들이다. 제주에서 분양 중인 상품의 견본을 왜 땅값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에다 짓는 것일까.

사업지가 오히려 서울에서 너무 먼 제주라는 이유 때문이다. 호텔 같은 상품은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수익형 부동산이다. 실수요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 굳이 제주에다 견본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 상당수는 서울에 산다. 그것도 강남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분양해 두 달 만에 100% 계약을 완료한 ‘제주 라마다 서귀포 호텔’의 경우 계약자의 50%가 서울 서초·강남·송파구와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거주자였다.

계약자 절반 이상이 강남 사람

현재 분양 중인 ‘제주 센트럴시티 호텔’ 계약자의 중간 집계 결과에서도 비슷하다. 강남구와 분당신도시 거주자가 가장 많이 계약한 것이다. 이들이 전체 계약자의 40%나 된다는 게 시행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서귀포에서 분양된 ‘디아일랜드 마리나’ 호텔도 계약자의 60% 이상이 강남 3구 거주자였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해당지역이나 인근 지역 수요자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자자 상당 수가 서울 강남에 거주하니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강남에 ‘견본’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분간 제주 등 인기 관광지를 중심으로 수익형 호텔 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강남권에서 견본주택을 들일 만한 땅의 임대료도 크게 오를 것 같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 분당 등지는 소득수준이 높다보니 안정적 임대수익을 위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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