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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과연 대책은 공전하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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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③정책적인 쟁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 활동 주체의 역할과 한계의 부정은 정책의 선택과 실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이제 현실적으로 당면한 정책적 쟁점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의 경제 현실은 「인플레」 압력의 상존과 이 압력을 가중시킨 국제 경제 환경이 국내 산업 활동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국제 수지 역조 폭을 확대시키는데 작용하고 있으며 이런 일련의 과정이 연계적으로 순환할 전망이 짙다고 보겠다.
그래서 이런 경제 상황하에서 정책의 초점을 국제 수지 개선에 맞추어 그 개선도 기하고 국내 경기의 후퇴도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안정화 정책을 계속 추구함으로써 이를 정착화 시킨 후에 여타의 애로 타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실 파악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이같이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오늘의 경제 문제의 제기가 새로운 여건에서 나왔다는 것을 쉽게 감지케 한다.
이러한 경제 현실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금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총수요 규제 정책을 계속한다고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생긴 「코스트·푸쉬」 압력이 「인플레」 앙진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때, 국내적 「인플레」 요인만이라도 가능한한 제거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생활 안정과 경제 성장의 유지를 기하고자 하는데 정책 역점을 두고 있다고 보겠다.
이 시점에서 안정 목표를 포기한다면 국민 생활의 안정과 사회 복지 향상을 위한 정부의 맡은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신념을 저버리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계속 이 정책 방향이 추구될 것으로 본다. 총 수요 억제 정책에 대한 시비는 그간의 정책 운용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쉽게 해명된다. 실물 공급을 상회하는 수요, 이른바 초과 수요를 억제하면서 생산 증가의 잠재력을 저해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과 정부의 소비와 불요불급한 투자 수요 증가의 억제, 통화 규제, 그리고 일부 물가의 현실화 등 제조치가 이 정책의 골자였다.
구체적으로 몇가지 예를 들면 금년도 상반기의 근소한 통화량 증가는 73년 중 과잉 공급된 통화의 초과 수요 요인화를 방지하는데 주안을 둔 단기적 규제 조치였다. 그런데 지난 72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통화 공급의 내용을 보면 그 기간 중 경제 성장은 33·8%, 물가 상승율 54·1%. 이로써 통화 수요는 어림 잡아 87·9%인데 대해 통화량 공급은 91·1%였으므로 과도한 통화 공급 억제였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올 상반기의 통화량 억제 내용을 보더라도 정부와 해외 부문의 감소가 큰데 반해서 민간 부문 여신은 1백l7·6%, 국내 여신은 1백30·9%였으므로 통화 수요에 큰 압박을 주어 기업 생산 활동에 지장을 주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유동성 운용에 있어서도 신축성을 부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실증으로 금융 기관 예금 지준율의 인하 조정 (8월1일), 국내 여신 한도의 확대 조정 (전년비 32·2% 증가 계획에서 41·9%로), 중소기업 지원 특별 저리 자금의 공급 확대, 단기성 금융 자금의 방출 (2백억원), 수출 금융의 선별적 지원 강화, 유보 예산의 해제 조치 등이 이미 취해진 바 있다.
아마도 정부는 경제 활동의 확대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금융 정책을, 그리고 예산 팽창을 적절히 규제하면서 효율성의 제고에는 가일층의 노력을, 물가는 효과적인 조정으로 운용하면서 총 수요 규제에 기여해 나갈 것으로 예기된다.
아울러 한마디 해두고자 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총 수요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와 같은 통화 규제·정부 지출 억제 이외에도 금리 조정 등 복합적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 금리 문제가 국내 자본 동원과 외화 도입과 유관하다는 측면뿐 아니라 경제 정책 수단의 중요한 하나라는 점으로 보아 사람들의 입에 다시 오르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④국제 수지의 개선>
끝으로 국제 수지 개선과 관련해서 이야기해 보자. 우리 나라 경제 구조가 수출 주도형으로 되어 있고 작년만 해도 수출 유발 성장율이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제조업 취업 노동 중 86%가 수출과 그 유관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제 수지 개선과 국내 경기 문제와의 상호 연관성은 대단히 높다.
그래서 하반기 수출 전망이 어렵다 하니까 수출 확대를 통해 생산 증가·경기 회복, 그리고 경제 성장 (고용의 유지 확대)이라는 경로를 따라 국제 수지 문제와 국내 산업의 경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논리를 앞세워 수출 지원책을 들고 나왔고, 그 방안으로서 약화된 경쟁력을 종래의 지원 조치의 회복으로 보완시켜 줄 것과 변동 환율의 적정한 현실화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수출 부진 업종에 대한 지원 금융 기간의 연장, 원자재 비축 금융의 확대와 기타 금융 완화 조치 등으로 수출과 수출 산업을 지원하되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현행 환율 유지를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얼른 보기에는 정부 당국과 기업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상에 큰 차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외환율은 한때 (고정 환율 제도하에서) 정책 조정 기능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웠었다.
IMF의 제약, 자국 통화가 가치 절하된다는데 대한 심리적 요인, 수출입 상대국에의 영향, 그리고 국내 산업 또는 기업간의 이해의 상이 등으로 해서 조정의 절차는 매우 까다로 왔다. 변동 환율 제도가 통용되고 있는 오늘의 국내외 경제 여건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 제도의 장점이 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 마당에 정책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율의 조정은 수출입에 영향을 주고 국내 자원 활용, 그리고 국제 수지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조정의 효과는 무역 역조가 일시적이거나 감내 할 수 있는 규모의 경우와 해외 수요의 개발 및 수입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아야 한다는 원리적 제약이 있다.
정부 당국은 아마 우리 경제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으므로 환율의 상향 조정이 이 시점에서는 국내 물가의 상승, 수출 경쟁력의 상대적 약화를 가져와 국제 수지 개선 효과는 미약한 반면 안정화에의 역행, 그로 인한 국내 산업 활동 (내수·외수 포함)의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하여 「패리티」 기준의 환율은 연말까지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인플레」 압력이 계속되고 국제 수지가 계속 악화되어 경기 후퇴가 심화되면 정책 수단의 여러 가지 측면이 모두 검토되게 마련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 3가지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또 그 문제 해결이 상극적인 면도 있지만 제 개성을 요구하는 것이고, 또 총괄적 정책 접근이 최선의 해답을 주는 것 인한 환율인들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기업·가계 어느 측면에서든 현실 판단의 「혜안」이 필요 한때가 이제이며 시운의 포착도 중요하다고 본다. <끝>
@최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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