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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구회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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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백41개국서 참가>
점증하는 인구폭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인구회의가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19일 1백 41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그 막을 올렸다. 금년을 「세계인구의 해」로 선포한 「유엔」의 주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대표를 포함 3천 2백여 명의 각국 정부대표들이 12일 동안 인구정책 형성과정에서의 국제적인 협조와 세계 인구 증가율의 점진적인 억제 등을 골자로 하는 「유엔」 세계인구행동계획안의 채택을 둘러싸고 토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과학자나 실무자들의 기술적인 회의가 아니고 정부대표들의 정책결정이라는 점에서 인도적이거나 과학적인 면보다는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세계인구행동계획안을 채택하는 문제도 동서「블록」간 또는 선후진국 사이에 격렬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아주선 "증가 필요">
즉 이미 경제발전과 사회복지제도의 성숙단계에 접어든 서구제국들은 인구와 산업발달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인구조절을 주장하는데 반해 남미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등의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적 잠재력의 완전개발을 위해 더 많은 인구가 필요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제3세계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중공 측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명분으로 이번 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다.
즉 중공대표로 참석한 황수칙 보건상은 제3세계에 존재하는 실업과 빈곤이 초강대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착취 때문이지 인구폭발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련 측에서도 인구와 자원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서방측 주장에 대해 이를 『신「맬더스」 주의』 또는 『천박한 비관론』이라고 배격, 산아제한을 실시하고 있는 제국주의는 개발도상국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선진공업국들은 인구문제를 제국주의적 음모를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제적인 인구회의가 열린 것은 과거 두 차례 1954년과 1964년 각각 「로마」와 「베오그라드」에서 있었지만 이는 모두 과학자들의 학술회의에 지나지 않았고 「유엔」이 직접 정부 대표들의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은 「유엔」이 최근의 몇 가지 통계숫자에서 인구문제가 핵전 가능성 다음으로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굶주린 상태 5억>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5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15억 정도는 영양부족 상태에 처해있고 이미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공복이란 말의 의미를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아현상은 최근의 이상기후로 인한 한발·홍수 등으로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니제르」 「오트볼라」 「차드」등에서는 50년이래 최대의 가뭄이 7년간이나 계속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나라들에 인구정책을 권유한다는 것은 「에스키모」인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그러나 「유엔」은 일부지역의 인구밀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식량·일자리·생활향상 등을 고려할 때 「아프리카」에서도 인구통제는 절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아프리카」 전체의 평균 인구증가율이 세계평균인 1.9%를 훨씬 상회하는 3.3%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 약4억의 인구가 20세기말에는 8억에 달할 것으로 인구통계학자들은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세계인구 39억>
한편 전 세계적인 인구증가추세를 보더라도 세계인구가 10억 선에 도달한 것은 19세기초로서 1천 8백여년이 걸렸지만 20억이 되기까지에는 그후 불과 1백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 인구가 다시 2배인 40억으로 불어나는 것도 현재의 세계인구가 39억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추세로 계속 된다면 20세기말에는 65억이 된다는 예상이다.
「유엔」 인구회의사무국에서 기초한 세계인구행동계획안은 그러한 목표의 실천방안을 설정한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구조절=①모든 국가들에 인구정책 채택을 권고하여 인구성장률이 2%를 넘지 않도록 종용할 것 ②인구조절정책은 기본권과 각 국가의 목표 및 가치에 부합할 것.
▲인간 평균수명 연장=현재 55세인 후진국의 평균수명을 85년까지 62세, 세계의 평균수명을 74세로 연장시킬 것.
▲가족계획=①국제적인 가족계획 사업강화 ②가족계획에 필요한 지식·교육 및 교육실시 수단의 제공.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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