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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입원 중 저격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통령 저격사건 수사본부의 관계자는 22일 밤 저격범 문이 배후 지령자 김호용의 역할과 만경봉호 승선 경위를 소상히 자백하기 시작하는 한편 당초 김으로부터 거사 자금조로 두 차례에 걸쳐 1백30만「엥」을 받았다고 말했으나 이날 새로이 가족생계비·병원 입원비 등으로 30만「엥」을 더 받았다고 추가 자백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관계자에 따르면 문은 김호용의 주선으로 지난 2월12일부터 한달동안 적부동 병원에 12지장 궤양을 구실 삼아 「가와까미·유우지」라는 가명으로 입원했다는 것이다.
입원기간동안 문은 매일 아침 7시에 기상, 밤9시까지 교육과 정신훈련 등을 계속 받았는데 교육내용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각종 공산주의 서적과 「팸플릿」을 읽었다는 것.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은 하루도 쉴 수 없었던 것은 김호용이 수시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학습 상태를 점검했기 때문이라고 자백했다.
김이 문에게 준 학습자료는 「시아누크」환영 대회에서의 김일성 연설문, 「체코」대표단 환영대회에서의 김일성 연설문, 「조국통일의 5대 강령」, 「트로츠키」가 지은 「혁명은 어떻게 무장되었는가」, 「공산주의와 테러리즘」, 「코민테른」군사교범인 「무장봉기」등 다수의 공산주의서적과 「팸플릿」등이었다.
김은 문이 입원하고 있는 동안 입원비조로 15만「엥」을 보내왔으며 입원 중 생활비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13만「엥」등 30여만「엥」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문은 1개월 동안의 비밀학습을 마친 뒤 『목숨을 걸고 박대통령을 암살하여 남한에 인민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할 민중봉기의 기폭점이 되겠다』고 결심했으며 약 2개월 후인 5월3일 김으로부터 5월4일 하오 8시 대판항에 정박중인 북괴 공작선 만경봉호에 승선하라는 전화 지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경봉호에서 문은 북괴 지도원으로부터 『김일성 주석이 직접 지시한 사업이니 생명을 걸고 성공 시키라』는 격려와 함께 박대통령 암살 세부지령을 받았음을 자백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북괴 지도원은 『남조선의 공산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남조선 안에 혼란을 조성하고 박대통령을 제거하는 길밖에 없으니 지금까지 계획·추진해온 박대통령 암살사업을 집념을 가지고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삼주까지 대접받았다고 말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일부 외신이 그동안 일본수사당국이 수사자료를 한국측에 통보해왔다고 전하고 있으나 22일 하오까지 회보가 없었다고 밝히고 일본측의 보다 성의있는 수사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이 투숙했던 조선「호텔」1030호실에 다른 한국인이 있었다는 몇몇 관계인의 진술은 조사결과 모국어를 다소 할 줄 아는 문이 한 것을 착각한 때문이라며 국내공범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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