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값 뜀박질 시작됐다”엔 이견 … “하우스푸어는 팔아라”엔 일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 가격이 0.24% 올라 5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이 새로 작성한 시세표를 게시했다. [뉴스1]

6년간 지속된 부동산 침체 터널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1091가구로 부동산 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2만1751가구로 2008년 이후 가장 적다. 매매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가는 전월 대비 평균 0.24% 올랐다. 5개월 연속 오르막을 탔다. 지난해 취득세·양도세 감면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불을 지핀 정부는 이달 또 한 차례 대책을 내놓는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민간 임대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끝에 환한 대로가 이어지는 걸까. 아니면 오랜 침체 끝 일시적 반등일까. 부동산 전문가 3인의 진단을 들어봤다.

<공통 질문>
1 대세 상승 시작된 건가
2 집 사야 하나, 유망 지역은
3 오름세 어디까지 갈까
4 빚 끼고 산 집, 처분할까
5 상승세 발목 잡을 변수는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 대세 상승, 길면 4~5년 갈 것 내 집 마련 앞당길수록 좋다

1 대세 상승이 시작됐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의 움직임이 그렇다. 수도권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주택 거래량이 2012년에 비해 33.5% 늘었다. 서울에서도 강남만 보면 주택 거래량이 70% 늘었다. 올 1월 주택 거래량이 서울의 경우 전년 동기비 3배, 지난해 12월 대비 4배 증가했다. 서울 지역은 확실히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다. 서울보다 조금 늦은 경기·인천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 재건축도 선행지표로 중요하다. 재건축은 부동산 경기 회복 시 ‘마중물(펌프에 붓는 첫 한 바가지 물)’ 역할을 한다. 잠실주공 5단지가 올 들어 23% 올랐다. 지난해 8억6000만원이던 매매가가 올 들어 11억원으로 뛰었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평균 상승률은 15%에 달한다. 두 번째는 부동산 경기 사이클상 그렇다. 부동산 경기는 10년 주기로 상승, 하락을 반복한다. 2001년 상승하던 강남 매매가가 2007년에, 2002년 오르기 시작한 강북은 2008년 5월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강남은 6년, 강북 5년 하락했다. 2013년 말에서 2014년이 상승장으로 전환될 시점이라는 얘기다.

2 지금이 매수 적기다. 3월이 되면 서울 중소형 20~30평대는 강한 반등이 올 수 있다. 매매 타이밍을 앞당길수록 좋다는 얘기다. 6년간 하락하면서 거품도 다 빠졌다. 이사철 계약 만료되는 전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을 서두르되 이 시기에 매입에 실패하면 5~6월 비수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한전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강남 삼성지구, KTX 복합역세권 개발되는 수서역, 제2롯데월드와 9호선이 연장되는 잠실, 이 세 곳이 ‘강남 뉴 트라이앵글’이다. 대규모 개발과 인구 유입, 편의시설이 확충될 곳들이다.

3 중장기적으로 저점에서 탈출하고 있으므로 최소 2~3년, 길게는 4~5년가량 상승 사이클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디딤돌 대출’ ‘1% 모기지’ 등 대책이 나왔고 취득세·양도세 등 각종 규제도 사라지고 있다. 재건축에서 일반 20~30평형으로, 지역적으로는 강남에서 강북·용인·수원 등으로 오름세가 확산될 전망이다.

4 ‘하우스 푸어’에게 매물 처분의 기회가 왔다. 하우스 푸어의 문제는 팔아도 대출금을 갚으면 남는 게 없다는 것과 거래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이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4월까지는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텐데 가격 상승과 악성 매물 처분의 기회가 온 것이다. 다만 금융 부담을 견딜 수 있다면 매도 시기를 1~2년 늦추는 게 좋다. 금리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클 것이다.

5 신흥국 위기가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금리는 부동산 시장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 조짐 보이면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재침체가 오거나 상승장이 지연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부동산 거품이 잘 제거돼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좀 식어도 마이너스 성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 무주택자 지금이 매수 기회 다주택 보유자는 지역별 전략을

1 상승기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몇 년간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중인 것은 맞다. 부동산 수요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은 실거주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전세 가격 비중이 너무 커진 강북의 중소형 주택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정부가 디딤돌 대출 등 무주택자 금융 지원을 늘린 것도 거래를 활성화했다. 그러나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투자 수요까지 진입하기는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다.

2 집이 없다면 사는 게 맞다. 전세 가격은 당분간 떨어지기가 어렵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최근 주택시장 신규 공급이 너무 적었다. 게다가 정부가 전세 자금 대출 지원을 늘리고 있어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날 거다. 다만 집이 있는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추가 매입을 하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호재가 뚜렷한 지역 외엔 권하지 않는다. 강남재건축 단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단순히 시세 차익만 노린다면 위험하다. ‘재건축 뒤 이익 환수가 안 되면 들어가 살 수도 있다’는 실거주 개념이 더해진 분들만 투자를 권한다. 재건축 단지 선정의 기준은 속도다. 그나마 잠실·둔촌·개포동 등 진도가 나간 단지를 노려야 한다. 재건축 착수 시점이 늦어질수록 비용이 늘고, 투자 수익이 급감한다. 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지만 언제 재건축에 들어갈지 모르는 지역이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좋겠다. 일부 지역은 “재건축하는 데 50년은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판이다. 청약통장이 있다면 마곡·송파·위례 등 지리적 이점이 있고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한 곳을 노려볼 만하다.

3 주택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해도 급등하긴 어렵다. 문제는 수요다. 공급은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뒷받침해줄 신진 세력이 없다. 최근 20~30대는 소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비정규직이 많다. 여윳돈이 적고 소득도 많지 않아 대출 금리를 상환하기가 벅차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처럼 주택시장을 떠받칠 세력이 될 수가 없다.

4 집이 한 채뿐이라면 팔아선 안 된다. 집을 판다고 해도 다른 지역 전셋값을 따라잡기 힘들다. 집이 두 채 이상이라면 지역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용인 같은 1기 신도시 지역은 그나마 매수세가 있을 때 처분하는 게 좋다고 본다. 동탄·광교 등 2기 신도시 입주 물량 때문에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포동 등 재건축이 구체화된 지역은 처분하지 않길 권한다. 8부 능선까지 왔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게 낫다.

5 금리 인상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다. 지금도 하우스푸어가 이슈인데 금리가 오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계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통화당국도 금리를 쉽게 올리진 못하겠지만 선진국 금리가 계속 뛰면 환율 방어 때문에라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 부동산도 저성장기 접어들어 현재 오름세는 일시적인 현상

1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세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부동산도 고도 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 접어들었다. 요즘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도 저성장기라는 장기 사이클 안에서 일어나는 단기 사이클로 봐야 한다. 20년 데이터를 누적해 보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는 점점 길어지고 회복기는 짧아져 왔다. 대세 상승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처럼 대세 상승기가 사라진 영국 사례를 보면, 단기에 급등하기도 하지만 이때의 모멘텀은 유동성이다. 일시적 상승은 금융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세 상승은 금융보다 인구의 힘, 수요자인 가구의 수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오를 여지는 있으나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2 이제는 자기가 살 지역에 집을 사는 게 중요하다. 저성장기엔 집값이 오를 것인가보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팔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부동산에 묶인 돈이 많은 나라다. 부동산 덩치가 크면 유동성이 떨어져 집값도 더 떨어진다. 임대용 매물에 뛰어드는 이유가 매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매매도 잘되기 때문이다. 학군 때문에 송파구에 전세 살면서 강북구에라도 내 집을 마련해 둬야 안심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자 소득 5% 받고 은행에 현금 묶어두는 것보다 집을 사두면 그 이상 이익을 보던 시절에나 가능한 얘기다. 이제는 유동성이 곧 돈이다. 팔지 못하는 기간만큼 물어야 하는 이자가 부담이 되는 시대다. 유망 지역이 따로 없다. 자신의 주거 형태와 여러 여건을 감안해 자신이 살기 가장 적합한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3 지금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는 건 실수요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 호경기의 양상은 정부 부양책으로 투기수요가 먼저 움직이고 여기에 실수요자들이 늦게 들어와 상투를 잡는 식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실수요에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겠으나, 투자 수요가 없다면 시장 진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대심리 회복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더 떨어질 거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지금의 상승 조짐이 생기는 것이다.

4 지금 팔 때다. 하우스푸어들은 대부분 대형 주택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대형은 거래가 잘 안 돼서 가격 회복이 늦다. 반면에 중소형은 수요자들이 많아 가격이 강하게 형성된다. 중대형 가격이 워낙 떨어지니까 중소형이랑 가격 차이가 없는 곳이 많다. 실수요자 중에 자본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슷한 값이면 넓은 집에 살기 위해 40평대 매도를 고려하는 부류가 있다. 50~60평대 아니면 소화 가능한 일부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5 제도적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남은 건 거시경제 상황이다. 소득과 금리, 즉 경기의 문제라는 얘기다. 지금 집을 사려는 이들은 전세가 없어 견디지 못해 나선 것이다. 투자적 수요가 늘어나려면 임대소득이나 오름세 전망이 좋아야 되는데, 그 측면에서 경기 상승을 위한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다.

박태희·임미진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중앙SUNDAY 구독신청

오피니언리더의 일요신문 중앙SUNDAY중앙Sunday Digital Edition 아이폰 바로가기중앙Sunday Digital Edition 아이패드 바로가기중앙Sunday Digital Edition 구글 폰 바로가기중앙Sunday Digital Edition 구글 탭 바로가기중앙Sunday Digital Edition 앱스토어 바로가기중앙Sunday Digital Edition 구글마켓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