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쓰시던 물건 자리에 그대로 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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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 육영수여사가 10년 동안 몸담았던 청와대를 말없이 떠나는 19일 아침 청와대 주변에는 슬픔이 한결 더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5일장의 마지막 18일 밤을 근혜·근영양, 지만군 3남매와 육인수 국회 문공위원장·조태호씨 등 유족과 함께 청와대 본관 빈소에서 고인을 생각하며 밤을 새웠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도 빈소에 걸려있는 육 여사의 영정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가 고인의 지난날을 얘기해주며 3남매의 슬픔을 달래주었다,
박 대통령은 육 여사와 함께 각국 원수의 초청을 받아 동남아 각국을 공식 순방할 때 여러 가지 일화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며 근혜양이 슬퍼하지 않도록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 나라에서의 사열대 앞을 지날 때인데 같이 가던 어머니가 나보다 걸음이 늦어 뒤로 처지자 『너무 빨리 걸어가지 말고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먼저 갔다』면서 말끝을 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만군, 근혜·근영양을 데리고 빈소에서 분양한 후 『어머니가 쓰시던 응접실·접견실, 기타 모든 비품들을 어머니의 생전시와 같이 그대로 보존해 두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근혜·근영양에게는 육 여사가 그 동안 각계각층으로부터 주고받은 편지가 많이 쌓여있는 것을 가리기며 『하나하나 정리해서 책으로 엮는 일을 맡아서 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고인의 오빠 인수, 제부 조태호씨에게 『내가 애들이 너무 상심할 것 같아 슬퍼하지 말도록 위로해 주었더니…근혜가 「아버지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더라』면서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감추었다고 한 측근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하오 4시 30분 사전 예고없이 육인수씨와 자가용으로 국립묘지에 들러 육 여사의 유택 조성현장을 살펴봤다. 인부들이 갑자기 나타난 박 대통령을 보고 놀라며 조의를 표하자 박 대통령은 『수고들 한다』면서 이들을 위로하고 유택 조성작업 현황과 그 일대의 전망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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