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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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5일 상오10시23분 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고있는 도중 저격범은 국립극장 B열 뒷좌석에서 일어나 B열과 C열 사이로 뛰어들어가 연단 앞 17m쯤에서 권총3발을 쏘았다.
범인이 달려나올 때 쏜1탄은 불발이었고 나머지 3발 중 1발이 육 여사에 맞은 것.
연단 바로 앞에 있던 악단원 하지청씨(36·「트럼본」주자)에 따르면 괴한은 1m70㎝가 넘는 큰 키에 검은테 안경을 쓴 건장한 체격의 40대로 『야』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겨눈 채 연단으로 달려나왔다.
범인이 뛰어나오면서 4발을 쏘았을 때 박종규 경호실장이 응사했으며 C석 앞줄좌석에 앉아있던 이태산씨(51·서울 영등포구 상도동347의3)가 괴한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괴한은 넘어지면서 잡고있던 총을 놓치고 경비원들에게 붙잡혔다.
범인을 붙잡는 순간 연단에서 5m떨어진 합창단석에 있던 서울성동여실 2학년 장봉화양(18)이 날아온 총탄에 허리와 목에 관통상을 입고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저격범도 저격당시 옆구리와 발목에 경호원들의 총을 맞아 상오11시20분 국립의료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이 병원 회복실에서 조사를 받고있다.
범인은 재일 교포 좌석에 있었던 것 같으며 일본여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단에서 20m떨어진 곳에서 사건을 목격한 안중신씨(55·성북구 성북1동156·광복회원)에 따르면 육 여사는 범인의 총에 맞은 순간 좌석오른쪽으로 쓰러졌으며「시트」는 피에 물들었다는 것.
연단주변에 자리잡고있던 정일권 국회의장 민복기 대법원장 양탁식 서울시장 등 정부요인들은 자리를 차고 피했다.
범인은 박 대통령이 『평화통일을 위한 3개 원칙을 밝히고자 합니다』라고 할 때 쏘기 시작했다.
육 여사가 총상을 입자 경호원들과 성동여실고 합창단원 1명이 육 여사에게 달려가 부축해 극장 밖으로 나갔다.
총소리가 나자 박 대통령은 연설을 중단하고 잠시 몸을 숙였다가 4∼5분 뒤 보리차를 마신 후 『계속해서 말씀드리겠읍니다』며 태연히 연설을 계속했으며 장내에선 박수를 보냈다.
범인이 연단을 향해 뛰어가며 1발을 쏠 때(불발)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처음 사진기자의 「플래쉬」터지는 소리로 알았다고 했다.
범인이 연단 앞에 도착, 총소리가 연이어나며 육 여사가 의자에서 쓰러지자 이때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는 것.
연단 바로 앞 객석에 앉아있던 광복회 회원 등 참석자들은 모두 땅에 머리를 박고 일부는 자리를 피해 뒷좌석으로 몸을 피했다.
식이 끝난 후 요인을 제외한 전 참석자들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의 몸수색을 받고 한사람씩 퇴장했다.
사고가 나자 국립극장밖에는 무장한 육군모 부대원들이 도착, 인근경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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