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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경기-모든 지표둔화…화복전망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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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말복을 앞둔 무더위처럼 계속 짜증만 부리고 있는 것이 요즘 경기라 하겠다. 아무리 이상기후에 4윌 윤달이 있는 올해의 늦더위라도 더위만은 고작 앞으로 10여일만 참으면 물러서리라 전망되나 8월의 경기만은 그러한 전망이 서지 않는다.
우선 총체 경제적인 측면에서 산업생산의 증가세도 크게 둔화되어 6월중 2.9%증가에 그쳤으며 출하 또한 0.8%로 미증에 머물러 결국 8.2%의 재고증가로 주름이 잡혀 경기동향은 분명 침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7월중 수출 또한 안 그래도 부진한 해외시장수요의 하한기의 계절적인 요인도 있어 6월에 비하여 4.9%감소된 4억8백만「달러」수준에 머무르고있다.
이에 반하여 수입은 6월에 비하여 0.7%증가인 4억5천3백만「달러」를 기록, 7월중의 입초만도 4천5백만「달러」로 7월말현재 경상거래상의 적자는 4억1천3백만「달러」를 시현하고 있어 금년들어 5천1백만「달러」의 외자보유고를 깎아먹고 있다.
경기의 침체와 수입의 증가로 의외로 물가만은 5월이래 비교적 안정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7월중 도매물가는 1.1%의 증가, 소비자 물가는 1.2%의 증가에 그치고 있으나 작년말에 비하면 각각 32.8%와17.2%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경기지표로 들 수 있는 건축허가이적·어음교환·주가지수·저축동향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둔화현상을 보여 주고있다.
세계주요국 중 특히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일본이 계속 「인플레이션」억제를 위한 총수억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는한 해외수출수요의 진작에서 오는 8, 9월의 경기회복전망은 매우 흐리다고 본다.
특히 지난7월 이후 계속 평가절하책을 쓰고있는 일본 원화는 지난 6일 드디어 대미화 「달러」당 3백「엥」을 넘어서게 되어 이는 한때 2백60「엥」에 비하면 15%나 되는 절하 폭으로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대일 수출에 타격을 줄뿐 아니라 세계도처에서 일본상품에 대한 우리의 경쟁력의 약화를 뜻한다고 보겠다.
나라마다 「인플레이션」과 국제수지의 적자를 막기 위하여 총수요억제와 수인억제에 기를 쓰고 있는 반면 수출만은 적극 신장책을 꾀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어떻게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저 암담하기 짝이 없다.
금년 9월의 IMF총회를 맞아 국제경제체제재정비에 강대국들, 특히 미국의 자유화·개방화로의 정책전환에 일대용단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해외로부터의 수입자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과거어느때 보다 불화는 고귀해지고 있는 한편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대대적인 「덤핑」정책으로 나오고 있어 수출상품 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나 원자재 값은 오르고 있어 국내수출업계는 설상가상 격으로 이중적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좀더 과감하고 신축성 있는 수출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할 줄 믿는다.
해외수출수요에서 경기의 지렛대 역할을 찾기 힘들 때에는 국내시장수요의 진작에 정책의 초점이 모여지나 국내시장은 다시 정부와 민간부문으로 나누어지는바 이젠 정부당국도 불경기의 심화현상을 직시하여 일련의 선별적 정책이 집행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기의 정상회복은 어렵지 않나 믿어진다.
경기대책이란 「방향」과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것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점에 응분의 배려가 주어지지 못한 것 같다.
작년말에 비해 도매물가는 32.8%나 올라 동일한 물량거래에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통화량은 그만큼 늘어났어야 하나 지난 6월말까지 작년말에 비해 고작 4억원 밖에 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7월중 2.5% 증가인 1백85억원이 증발되었다.
민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는 세율을 낮추고 조세의 감면책이 강구되어야하나 우리의 경우 그 역으로 재정수지는 조세징수의 실적을 더 올려 흑자3백13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그만큼 민간경제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있다.
8월의 어두운 경기전망 속에서도 경기대책상의 좀더 밝은 전망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우리의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사석이 그러하니 별 수 없다는 식의 무정책이 상책이란 태도만은 버려야하며 수출증진책에 보다 역점을 두고 석유파동 등 「코스트·푸쉬」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도 「과잉수요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처럼 무작정 총수요억제책만으로는 안될 것으로 본다. 좀더 과감하고 장기적인 생산성제고운동이 함께 병행되어야만 할 줄 믿는다. 【한기춘<연세대 상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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