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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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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땅속을 전차가 15일부터 달린다. 명물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지하 20m이상을 파 내려가는 지하철공사란 어느 나라에서나 난공사로 되어있다.
「로마」의 지하철공사는 「뭇솔리니」때 시작되었다. 그러나 파 나가는 곳곳에서 유적들에 부닥치고 그때마다 고고학자들이 항의를 했다.
이래서 오늘에 이르도록 「로마」의 지하철건설은12㎞밖에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파리」에서도 지하철공사로 아까운 「와인」저장실이 결딴난 일이 있고 「뮌헨」에서는 또 2차 대전중의 폭탄들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의 지하철공사 때는 일본 덕천시대의 엽전이 나온 이외에는 별탈이 없었다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는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의 통근길이 18분밖에 안 걸린다. 도심의 교통지옥도 그만큼 완화될게 틀림없다. 그러나 지하철개통에 따라 새로 당국이 머리를 써야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닐 것 같다.
몇 해전에 영·미 각도시의 지하철을 돌아본 다음에 「파리」시 회의장은 「샌프런시스코」를 으뜸으로 꼽고 「뉴요크」를 최하위로 꼽았다. 『만약에 「뉴요크」의 지하철을 「파리」에 옮겨 놓는다면 틀림없이 폭동이 일어날것이다.』이것이 그의 촌평이었다.
「뉴요크」의 지하철은 세계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환기며 조명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면서도 미궁 같다면서 「뉴요크」시민들의 불만은 크다.
신통한 것은 그토록 붐비면서도 범죄사건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부터 지하철에서 일어날 각종 범죄를 염려하고 특수 경찰대까지 마련하고 있다. 딱한 일이다.
당국이 머리를 써야할 문제는 이밖에도 많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대책·화재·조명·환기…. 그리고 또 「데커레이션」이 문제된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이 그토록 호화로우면서도 호평을 받지 못하는 것은 가령 「파리」의 지하처럼 좋은 눈요깃거리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차가 역을 통과할 때는 요란한 소음도 문제려니와 먼지며 악취도 시민위생을 위해서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승객들이 차내나 역내에서 버리는 쓰레기더미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신문조각·병·담뱃갑·담배꽁초…. 그리고 또 씹다버리는 「검」조각이 있다.
「검」은 한번바닥에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매월첫째 월요일을 『「검」의 날』로 정하고 특수 청소기로 닦아낸다.
미리부터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서울의 지하철도 몇 해 안가서 가장 추악한 명물이 될 수도 있다. 공공시설을 아끼는 서울시민들의 공중도덕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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