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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로 남긴 「면책특권」시비-3일간의 대 정부질문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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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살얼음판 넘어선 질의>
대 정부질의기간도 3일간으로 짧았지만 거론하기 거북스런 의제들이 쌓여 있던 제89회 임시국회. 언급조치, 그리고 이와 관련한 의원의 원내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 등을 살얼음판 걷기 식으로 넘겼고 신상발언문제로 본 회당을 두 차례씩이나 정회하며 회기유산의 위기를 모면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3일간의 대 정부질문과 답변은 태산오동에 남일필격이 되고 말았다는 국회주변의 평.

<첫날 곡예에 쏠린 관심>
긴급조치에 대한 비방이 나오지 않을까 조바심을 가졌던 여당측은 『무사했다』고 안도의 숨을 쉬었고 야당 족은 나름대로 『흉내는 내었다』고 자위.
야당은 시험결과 면책특권이 확인되었다고 분석했으나(채문식 대변인 말) 이 항목은 대 정부질문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했을 뿐 미결 의장으로 넘겨 겼다. 촉박한 시간에 쫓겨 의원들의 보충질의도 없었고 발언이 허용되는 1시간을 넘긴 의원도 한두 명에 그쳤다. 긴급조치 질의는 그런 대로 「드릴」이 속에서 진행된 편.
발언자들은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긴급조치를 거론했고 김원만 의원(신민)이 발언하는 동안 여당 의석에서 세 차례 제동 얘기가 나올 때 방청석은 물을 뿌린 듯 숙연했다.
2, 3층에 자리잡은 방청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메워 졌었다. 그러나 경제문제를 다룬 이틀째부터는 한산했고 의석도 하오 회의 때는 누에가 뽕잎을 먹은 자국처럼 여기저기 이가 빠져 맥이 풀렸음을 입증.

<「지식인」논쟁으로 푼 학장>
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언을 한 의원도 많았지만 장관들의 처녀 답변이 적지 않아 진문기답이 별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신민당의 이충환 의원이 원고도 없이 나와 김종필 총리와 「지식인 논쟁」을 펴는 등재치 발언을 시도했고 박해충 의원이 만담 조로 장내를 웃겼던 것 외에는 대체로 준비된 원고를 읽었고 국무위원들도 차분한 답변.
김동조 외무·홍성철 내무·이봉성 법무 문형태 체신장관 등이 본회의에 첫 출연.
김 총리와 태완선 기획원·남덕우 재무장관등이 비교적 유창한 답변을 했으나 야당의원들은 『한다, 안 한다는 식으로 분명한 답변을 해달라』고 몇 차례나 주문했다.
경제문제에서 야당의 공세가 무디고 박영복 사건 때의 재무위 재판 비슷해서 50여개의 가상 문답을 만들어 가지고 나왔던 경제부처 장관들은 싱거웠다는 뒷얘기.
대 정부질문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으례 제기되는 장관인책공세는 이번에도 등장. 그러나 김 총리는 『장관들이 만족할 만큼 일하는지는 몰라도 성실히 하고 있어 개각을 건의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회는 면책특권서 출발>
몇개의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공방을 간추리면-.
△문=무엇 때문에 긴급조치를 발동했는가. 국가안보 때문인가 아니면 학생「데모」, 항간에 유포되었던 유언비어, 또는 백만인의 서명 운동 때문이었던가. (김원만 의원)
△답=암이라고 진단이 내려졌을 때는 과감하게 초기에 전신에 번지기 전에 그 일대를 전부 도려내는 것이 현명한 치료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이 있을 때 이것을 척결하는 것이 안정을 견지하는 방법이다 하는데서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김종필 총리)
△문=긴급조치를 7개월 이상이나 장기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원만 의원) 언제 해제 할 것인가? (김수한 의원)
△답=될 수 있는 데로 일단락을 빨리 짓고 긴급조치가 없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매진 할 수 있기를 우리는 강력히 희망한다. 빨리 우리 사회도 명랑해 질 수 있도록 서둘러서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총리)
△문=국회는 성립 과정에서 의원의 언론자유 즉 면책특권으로부터 출발했다. 의회주의와 면책특권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국회를 열면서 면책특권 시비를 한다는 것이 외국사람에게는 인권문제 더하기 의회 민주주의 위기로 보이지 않겠는가. (정헌주 의원)
△답=의원의 면책특권 문제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국회에서 더 좀더 논의를 해서 답을 내어 우리를 계발해 주었으면 한다. (김 총리)
△문=김대중씨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인가 안 잡는 것인가. (김수한 의원) 김대중씨 사건은 왜 질질 끌고 있는가. (정헌주 의원)
△답=김대중씨라고 치외 법권 적인 대우를 받을 수 없다. 김씨는 아직도 법원에서 공판 중에 있고 아직 조사중에 있는 것이고 결말은 안 났다. (김 총리) 김씨가 돌아온 후 근1년이 되도록 그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점에 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계속해서 범인체포에 노력하겠다. (이봉성 법무장관)
△문=「8·15」를 기해 정치범들을 특사할 용의는. (한영수 의원) 8대의원이었던 조윤형 조연하 김상현 이종남 김한수씨에 대해 특사 또는 가석방 조치를 건의하지 않겠는가. (이용희 의원)
△답=재판이 다 끝나고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특사가 있을 수 있겠으나 재판이 진행 중 이어서 고려될 수 없다. 전도가 유망한 학생과 관대한 조치를 받아서 마땅한 사람에게는 시기가 왔을 때 정부의 막대 성을 보여 줄 것이다. (김 총리)

<두 차례 걸쳐 7시간 정회>
대 정부질문과정에서 개운 찮은 여운을 남진 것은 의원의 신상발언문제. 질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신민당의 김영삼 이민우 박찬 의원과 통일당의 김녹영 의원 등이 신상 혹은 의사 진행 발언을 요청했으나 정일권 국회의장은 이를 모두 묵살.
김영삼 의원이 7일과 8일에 신상 발언을 끈질기게 요구하자 정 의장은 8일 『9일에는 발언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었으나 9일에 가서는 『국회법에 따른 발언요지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했던 것.
이 때문에 9일 본 회의가 두 차례에 걸쳐 7시간이나 정회 소동을 벌인 끝에 김 의원이 발언을 포기해서 수습은 되었으나 신상 발언에 대한 제약의 선례가 생긴 셈. <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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