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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교외생활관-임간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등 선진국 여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임간학교 제도가 몇몇 학교재단에 의해 도입돼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임간학교란 교내 생활관의 한 발전된 형태로 학교를 떠난 야외, 혹은 산중의 「캠퍼스」에서 교내의 이론교육에 병행하는 여러가지 실습교육을 주된 목표로 한 것이다.
임간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체생활에 익숙하게 해주고 「리더쉽」을 키워주며 자연을 극복, 체력을 단련케 한다는 잇점 때문에 외국에서는 교내생활에 못지 않게 중요한 생활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부 여학교가 교내에 생활관을 마련, 학생들을 일정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입소토록 하여 가사를 실습하게 해 왔으나 그것은 다만 의례적인 행사로만 그치는 폐단이 있었다.
외국 임간학교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생활관을 교외로 옮겨보다 폭넓은 실습 교육을 시도한 것은 59년 성신 여고가 처음이었다.
도봉산의 1만2천평 대지 위에 세워진 이 임간학교는 연건평 2백평의 건물 4동으로 되어 있는데 매년 여름방학마다 1학년 학생들이 3박4일의 일정으로 교체입교, 소정의 실습 교육을 받는다.
우리나라 고유의 절 배우기·다다루기 등 예절과 순결교육 따위는 교내 생활관에서도 실시됐던 것이지만 수영 강습·야외 예배·「캠프·파이어」등은 임간학교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학교측은 이러한 임간학교의 효과를 기대 이상의 것이라면서 임간학교를 거친 학생들은 예절·협동정신·실천력 등이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신여고의 임간학교 보다는 늦게 시작됐지만 63년부터 문을 연 상명학원의 임간학교는 규모 면에서나 교육과 정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본격적인 임간학교라고 말할 수 있다.
천마산(경기도 양주군)의 1백70만평부지 위에 세워진 이 임간학교는 국제규격의 「풀」, 2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숙소 등을 완비해 놓고 봄부터 가을에 걸쳐 국민학교 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는 많은 학생들에게 폭넓은 실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임간학교에서는 생활관에서의 가사실습 같은 것보다는 오히려 정서교육·예능교육·체력단련 등에 더욱 중점을 둔다. 체력 단련을 위해서 구기·수영·등반이 필수적이며 취미에 따라 미술·음악, 혹은 사진촬영 같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서교육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국내 저명 학자 등을 초청, 특강을 실시하며 특히 이 임간학교가 자랑하는 것은 밤에 잔디밭에 촛불을 켜 놓고 노래하는 「캔들·세리머니」(Ceremony)이다.
이것은 일종의 「게임」이지만 임간학교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며 정서를 함양시키는데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많은 학교들이 임간학교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지만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므로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덕성학원이 상계동에 대학생을 위한 교외 생활관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정신여고가 충청지방에 임간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한 정도에서 그치고 있으나 조만간 임간학교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새로운 형태로서 「붐」을 이룰 전망이 보이고 있다. <이은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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