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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 백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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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천년전의 한대 백서가 처음으로 장사에서 발견되었다는 최근보도는 동양사학계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있다.
장사라면 중국고대사에서는 별로 다뤄지지도 않던 변경지다. 그런 곳에서까지 전국책이며 역경 또는 도덕경과 같은 고서가 발굴되었다는 것이 매우 뜻밖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일반 시정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2천년전 먹으로 비단에 쓴 글씨가 아직도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장사에서는 지난 72년에 약2천1백년전의 귀부인의 유체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 유체가 발굴되었을 때 피골 조직에는 아직도 탄력이 있었으며 발목의 부분에 나타나있는 동맥색깔은 갓 죽은 사람의 동맥과 같이 생생하였다 한다. 그만큼 2천년전의 중국사람들은 방부보존기술을 고도로 발달시켰던 게 분명하다.
장사 미인의 유체는 지하16m, 삼중의 곽 및 관속에 안치되어 있었고, 곽 외측은 목탄과 백도토로 굳혀 있었다. 그리고 또 관내에는 유화수은이며 약초가 들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방부효과를 그토록 놀랍게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체의 보존은 사실은 종이나 비단보다도 쉽다. 유체를 썩기 전에 습기 찬 땅속에 묻으면 체내의 지방은 분해되어「글리세린」이 떨어져 나온다. 대신 흙이나 물 속의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알칼리」금속이 지방산에 붙는다.
이 지방분이 좀처럼 용해되기 어려운 일종의 비누와 같이 거의 원형 그대로 고착되어 버리는 것이다. 백서는 이와 다르다. 그러나 20m 가까운 깊숙한 땅속에서 햇빛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 보존이 잘된 이유가 됐던 것 같다. 더우기 삼중의 곽 사이에 목탄을 채워둔 것이 그만큼 방부와 방습의 효과를 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백서를 넣은 나무상자에 옻칠이 되어 있었다는데 옻칠이 방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유체며 백서가 발견된 장사의 마왕퇴1, 2, 3호 중 마왕퇴 1호 고분 속엔 『붉은 물』이 괴어 있었다고도 한다.
이 붉은 물은 방부제인 유화수은이 지하수에 녹은 것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또한 「박테리아」의 번식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장사미인은 양손에 약초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무덤 안에도 약초들이 들어 있었다 한다. 그게 무슨 약초인지 매우 궁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호기심을 돋우는 사실은 왜 왕퇴 속의 부장품들 중에 백서가 끼여 있었느냐는데 있다.
아무리 한무제의 통치력이 강했다해도 장사는 벽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곳의 여성까지도 역경을 읽었다고 본다면 중국의 고대문화가 얼마나 발달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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