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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의 한국] 2. 삶의 질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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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주인공 로봇인 앤드루는 가정부 로봇이다. 요리에서부터 갖가지 잔심부름까지 척척 해낸다.

스스로 학습함으로써 지능을 높여가기도 하는 등 앤드루는 로봇시대가 절정에 달할 먼 미래를 상상력을 총동원해 그려냈다.

앤드루는 당장 만들기 어려운 수준의 로봇이지만 로봇 공학자들이 만들려고 하는 훌륭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 영화에 나오는 로봇에는 못 미치지만 앞으로 10년 뒤에는 웬만한 가정은 한대 정도의 로봇을 갖게 될 전망이다. 가정부 로봇이나 경비로봇, 애완용 로봇 등이 가정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종오 박사는 "공장 자동화에나 주로 쓰이던 로봇이 앞으로 생활 보조원으로 한몫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정부도 로봇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시대의 덕을 가장 먼저 볼 사람들은 노약자나 장애인 등 사회 소외 계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안에서 식사 준비나 청소 등을 로봇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응급상황이 되면 로봇이 직접 구급차를 부르거나 경찰서에 연락할 수도 있다. 때로는 책을 읽어주거나 기초적인 말동무도 가능하게 된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로봇 시대가 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계단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 휠체어가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은 부분별로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금도 로봇에 그런 기능을 어떻게 장착해 생활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앨빈 토플러, 이언 피어슨 등 미래학자들은 로봇기술이 정보통신기술과 접목해 인간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로봇과 인터넷을 무선으로 연결하면 휴가 중에도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금보듯 할 수 있다.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로 집안 내부를 속속들이 촬영해 주인의 PDA나 휴대전화에 즉시 전송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이 들어오면 경보를 울리거나 경찰서에 신고하는 역할도 로봇이 맡는다. 배터리나 전기만 연결돼 있으면 24시간 잠을 잘 필요가 없으므로 물샐틈없는 경비가 가능하다.

맞벌이 부부에게도 로봇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등장한다. 집안을 청소하고, 주인이 도착하기 전에 밥을 지을 수 있는 지능을 갖추게 된다.

그 외에 웬만한 허드렛일은 로봇이 맡아 해주게 된다. 이에 따라 로봇은 직장일에 지친 맞벌이 부부들의 집안일을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의 경우 어린이들의 애완용, 또는 친구의 역할도 가능하다. 상당수의 가정이 한 자녀밖에 없어 로봇 친구는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 개발된 아이보와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로봇보다는 훨씬 진보된 지능이 내장될 것이다. 어린이와 로봇은 서로 뺨을 비비며 촉감을 인식하고, 기초적인 단어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가 되면 3D업종으로 분류돼 일손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로봇의 기능이 정교해져 사람이 싫어하는 작업을 척척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에서는 사람을 중계하기보다 작업의 종류에 맞춘 로봇을 임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로봇시대는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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