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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종 무시」 설전 5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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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한 불교 조계종 제35회 임시 종회는 종단 분규의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22일 폐회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이번 종회는 집행부와 재야 세력이 맞서 새 종정 추대만을 끝내고 손경산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은 철회, 유임시켰다. 또 총무원 4부장의 사퇴에 따른 선출은 뒤로 미루어졌다.

<해설>현 집행부의 퇴진 등|분규 초점 해결 못해
이번 임시 종회는 종단 분규의 초점이 된 현 집행부의 퇴진 문제나 동국대 재단 분규 문제 등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설전 5일 만인 22일 막을 내려오는 8월10일께 구성될 새 종회에 분규의 불씨를 그대로 넘기고 말았다.
이번 종회에서 재야 세력이 규합한 전국 본산 주지 연합회·종권 수호회·원로회·종비생·선원·강원 대표 등이 중심이 되어 손경산 총무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의 총 퇴진만이 종단 분규를 수습하는 길이라고 일제히 요구했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 승려 대표자 대회에서 윤고암 종정의 사표를 받는데 성공했고 그 여세를 18일부터 열린 종회로 몰고 갔다.
종회에서는 재야 세력의 연합이 숫적으로 훨씬 우세했고 이를 지지하는 1천여 승려·신도들이 끝까지 종회를 지켜봤다. 또 중립을 지켜오던 전국 신도회도 성명을 발표,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집행부 측은 종헌·종법에 의한 합법적인 절차가 아니면 죽어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완강히 맞섰다. 종헌에 집행부의 불신임안은 종회 의원 재적 3분의2 이상의 의결로 결정되기 때문.
종회 의원 재적은 50명이지만 현재 의원직 사퇴 1명, 해외 체재 4명, 법정 구속 2명 등으로 참석 가능한 의원은 43명. 그러나 실제로 이번 종회에 참석한 인원은 37∼38명 정도로 지지 측은 최소한 4∼5명만 있어도 불신임 결의안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
해결 없는 설전과 유회만 거듭하다 결국은 표 대결에 자신이 있는 집행부지지 측이 오히려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하는「아이러니」를 낳았다. 그러나 34명 선을 학보하지 못한 재야연합 세력은 쓴잔을 마시면서 표결을 해보고 망신당하기보다는 이 불신임을 철회하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종단의 대표들이 모인 종회를 시종 지켜본 1천여 승려·신도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종비생 대표들은 무능한 종회를 해산하고 전국 승려 대회를 개최하자고 과격론을 펴기도 했다.
8월에 새 종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재야 연합 세력이 형성될 것이고 전국 신도회도 현 집행부를 규탄하는 신도대회를 계획하고 있어 조계 종단 분규는 끝난 것이 아니고 일단 8월로 넘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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