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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왜 이래 … 금값 다시 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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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경기 침체로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거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급등하면 가격이 오른다. 금 투자의 황금기는 2011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안전자산의 인기가 올라간데다 투기자금까지 몰리면서 금 가격은 1899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거나 물가가 제자리걸음일 때는 인기가 없었다. 실제로 선진국 경기회복이 시작되자 12년 연속(2000~2012년) 올랐던 금값은 지난해 28% 폭락했다.

 그런데 떨어지기만 하던 금값이 최근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금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온스(약 28.3그램)당 1195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뒤 꾸준히 올라 4일에는 1251달러에 거래됐다. 덕분에 금에 투자하는 재테크 상품들도 재미를 봤다. 국내 금 펀드들은 새해 들어 한 달 동안 평균 5.3%의 수익을 냈다.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베어마켓(5.8%)·리버스 펀드(5.5%)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상승 원인은 신흥국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IBK투자증권 윤영교 연구원은 “미국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양적완화를 계속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신흥국 경기가 나빠질 거란 불안감이 금 가격을 밀어올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값이 완전히 반등세로 돌아섰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금 가격이 반등했다고 보는 이들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금의 생산원가가 온스당 1200달러 정도인데 현재 금 가격은 원가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이 돈줄을 풀 때마다 달러화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으로 몰렸던 투자금이 대부분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거의 꺼졌다는 것이다.

세계 금 소비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인도의 수요가 살아날 거란 기대도 있다. 지난해 인도는 무역수지 적자가 심해지자 금을 수입할 때 물리는 관세를 4%에서 10%로 올렸다. 중국은 경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에 몸살을 앓았다. 대신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올해 인도가 다시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에서 춘절 연휴를 계기로 금 수요가 늘어난다면 금값은 상승 추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등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직접적인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1~3차 양적완화 때 금으로 들어왔던 투자금이 아직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올해 금값은 1098~1400달러 수준이다. 올해 금 가격이 1160달러 선에 머물 거라고 예상한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금리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금 소비가 늘더라도 가격 하락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으로 금에 투자하는 건 여전히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유경하 연구원은 “금값이 상반기엔 경기지표에 따라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겠지만 하반기부턴 생산량 감소 등으로 서서히 오를 것으로 본다”며 “단기차익을 노리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1000t이 넘는 금을 보유한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금을 매수하고 있는 점 역시 호재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까운 금은방이나 은행에 가서 직접 금을 살 수도 있지만 수수료가 비싸다. 개인이 금 선물에 직접 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 펀드나 ETF를 통한 간접투자를 권한다.

삼성증권 주식전략팀은 “직접투자가 힘든 개인들은 수수료(약 0.4%)가 저렴하고 매매하기도 편한 금 ETF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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