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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도 과잉처방 타미플루 품귀 "우리 아이 독감 걸리면 어떡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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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계절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손 씻기 교육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약국에 “타미플루가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았는데, 다른 약국에선 타미플루를 구할 수 없다는 거였다. 당시 이 약국엔 타미플루 재고가 2개뿐이었다. 약사가 사정을 전하자 이 환자는 “압구정동 근처에 있는 내 친구를 보낼 테니 그때까지 타미플루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약사는 “도매업체에 타미플루를 발주했지만 재고가 없어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이 유행하면서 타미플루가 품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미플루는 독감 환자에게 처방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지역에 따라서는 약국에 재고가 없어 처방전을 제시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타미플루를 구하기 위해 이 약국, 저 약국을 떠도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타미플루를 국내에 공급하는 로슈제약에 따르면 보통 독감 유행기(9월~이듬해 4월)에 국내에서 소비되는 타미플루의 양은 30만~40만 명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1~2월 초에만 30만 명분이 금세 동났다. 로슈제약 김서현 홍보팀 차장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스위스 본사에 추가 물량을 요청한 상태다”고 말했다.

 타미플루 처방이 늘어났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하는 독감이 예년보다 오히려 정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 김영택 감염병관리과장은 “사실 계절형 독감은 지난해의 60% 정도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계절 독감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8명이다. 예년 유행 절정기 수준인 60~70명엔 못 미친다. 그럼에도 타미플루가 예년보다 빨리 동난 것은 과잉처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개원의는 “독감과 감기는 다른데, 단순 감기는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면서 “최근 일부 언론에 독감 유행 기사가 반복해 나오면서 독감 여부 검사도 안 하고 타미플루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타미플루가 품귀 조짐을 보임에 따라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타미플루 일부를 사용키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규모 독감 발생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 타미플루 1250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배근량 역학조사과장은 “비축량 중 일부를 시장에 먼저 유통시키고 차후에 로슈제약으로부터 다시 유통량만큼 채워 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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