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승강구에 새 『삥땅』 감시기|승객 계수기에 차장은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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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계수원 대신 요즈음 시내「버스」마다 장치된 승객 계수기가 「삥땅」 감시기로 등장, 새로운 말썽을 빚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버스」 회사들은 「삥땅」 감시원 대신 승객이 오르내리는 「버스」의 승강구에 계단식 승객 계수기를 설치, 계수기에 나타난 승차 인원과 차장들의 입금 액수를 따지고 있다. 이 계수기는 승객이 타고 내릴 때 기계를 밟은 횟수대로 승차 인원이 표시돼「버스」를 잘못 탔다 다시 내리는 사람이 있을 때는 차장과 승객들 사이에 요금 승강이가 잦아졌고 업주와 차장간에 입금액을 둘러싼 시비도 늘어났다. 이 때문에 「버스」 차장들에게는 승객들이 무심히 타고 내리는 순간에도 가슴을 죄야 하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 승객 계수기는 서울 시내에만도 3백여대의 「버스」에 부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일 공업사 (대구시 동인동 3가 367) 제품으로 실용 특허까지 얻어 대 당 6만여원씩에 설치해주고 있다.
「버스」 회사측은 계수기에 나타난 2회를 승객 1명이 탄 것으로 환산하고 승객 가운데 학생이나 군경·유아 등 요금을 적게 내는 사람이 있는 점을 감안, 평균 요금인 31원씩을 계수기 숫자에 곱해 차장들 입금액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차장이 입금한 실제 액수와 계수기 숫자로 계산한 요금이 2백원 이상 차가 나면 회사측은 차장을 문책하거나 책임을 물어 해고까지 하고 있다.
지난 6월20일 S여객에 안내원으로 일하는 김춘자 양 (21)은 실제 3천9백20원을 입금시켰으나 계수기에는 2백70여회가 나와 입금 예상액 4천1백85원보다 2백65원이 모자란다고 다음날 쉬는 날인데도 상오 9시부터 회사에 불려나와 상오 11시까지 2시간 동안 안내원 감독 등이 원인 규명을 한다고 문책해 쉬지도 못하고 시달려야 했다.
김양은 이날 노인 3명이 잘못 탔다가 그냥 내린 데다 평소보다도 학생들이 많이 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계수기를 설치한 후 입금액의 차가 많으면 기계만을 신용, 차장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시말서를 강요하기 일쑤이며 3번 시말서를 쓴 차장은 일방적으로 해고해 버린다는 것.
차장과 승객 사이의 시비는「버스」를 잘못 타고 도로 내릴 때 자주 일어나며 이같은 승객들의 실수는 한 노선을 1회 운행할 때마다 「버스」 한 대 당 평균 10여회씩 일어난다. 특히 입금 계산 때문에 안내양들은 학생이나 어린이들의 승차를 꺼리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S여객 안내양 노조는 지난 6월13일부터 회사측의 계수기 위주의 부당한 문책에 반발, 계수기 입금 예상액과 실제 입금액과의 차 때문에 안내양들이 쉬는 날에 불려나와 쉬지 못하는 것에 항의하는 공고문을 써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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