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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추억의 그림길 … 1박2일 머물게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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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해시 등대마을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진 ‘논골담화’. 묵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필 수 있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동해시 묵호항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손꼽히는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였다.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부산이나 포항 선적 배가 묵호항으로 와 선원을 태워 바다로 나갔고, 잡은 명태는 다시 묵호항으로 가져왔다. 오징어도 묵호항이 대표적인 산지였다. 이 때문에 묵호항에는 일자리가 많아 사람이 몰렸다.

이들은 항구 뒤 언덕에 집을 짓고 살았다. 집은 묵호등대 주변까지 작은 골목 몇 개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들어섰다. 명태와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 이들은 등짐으로 이를 언덕 위로 옮겨 말렸다. 등짐에서 떨어지는 바닷물로 골목길은 장화 없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래서 이 골목길을 ‘논골길’이라 불렀다.

 논골길을 포함한 동해시 등대마을이 감성관광지로 거듭난다. 동해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2014년 도심지 관광 활성화 사업’에 묵호 등대마을이 전국 최우수로 평가돼 국비 등을 지원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이 사업에는 국비 11억1000만원을 포함해 37억원이 투입된다. 등대마을은 어족 자원 고갈 등 수산업이 쇠퇴하면서 많은 주민이 떠났다. 남아 있는 주민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3%에 달해 활력이 떨어졌다. 그랬던 마을이 2010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동해문화원이 그해부터 논골3길을 시작으로 3년간 담에 그린 그림, 곧 ‘논골담화’가 눈길을 끌면서 관광객이 늘어났다. 논골담화는 등대오름길 등 3개의 골목길에 묵호의 과거, 현재, 희망과 미래를 주제로 그려졌다.

그래서 논골담화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도 부른다. 지난해는 동해시가 논골2길에 ‘모두의 묵호, 시간의 혼재’를 주제로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마다하지 않던 지게꾼 아버지의 모습 등 20여 점의 담화를 더 그렸다. 드라마 ‘상속자’의 여주인공(차은상)이 한때 살았던 집도 이 골목에 있다.

 동해시는 감성관광지 조성을 위해 논골담화를 더 보완하고 관광객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골목길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수변공원과 등대를 연결하는 주요 동선의 경관을 개선하고 쉼터 등 관광객 편의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주민 소득을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주민이 떠난 집은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주민이 운영하도록 하고, 묵호항에서 나는 고기를 원료로 하는 어탁국수를 판매하는 할머니 맛집도 개설할 방침이다. 묵호등대 맞은편 언덕에는 숲 속을 달리는 마차 카페촌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이 밖에 묵호에서 말린 북어인 일명 ‘먹태’를 브랜드화하는 등 관광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동해시 전략산업과 박종을 사업총괄담당은 “등대마을 일대를 감성관광지 1번지로 가꿔 이곳을 살 만한 마을로 변모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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