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둔 '수컷 명주 원숭이' 바람 안 피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흔히 "아이를 낳아 봐야 철든다"는 말을 한다. 적어도 한 원숭이 집단에선 이 말이 사실임이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미국 ABC방송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새끼를 둔 수컷 명주 원숭이는 자기 짝 이외의 다른 암컷 원숭이의 성적인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으며 이런 습성에는 어떤 생리작용이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명주 원숭이는 다람쥐만 한 크기로 중남미에 주로 서식하며 다른 원숭이와 달리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가족 모두가 집안일을 분담하는 등 인간과 가장 유사한 사회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컷도 자녀 양육에 적극 가담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영장류 연구센터는 이 명주 원숭이 수컷 30마리를 대상으로 성적인 유혹을 한 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의 분비 정도를 측정했다. 보통 수컷의 경우 암컷으로부터 성적인 유혹을 받았을 때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 20마리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수분 만에 급격히 올랐으나 나머지 10마리에선 거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비정상적'인 10마리의 공통점을 조사해 본 결과 놀랍게도 그들 모두 새끼 원숭이를 둔 '아기 아빠'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연구진은 다른 동물의 경우와도 비교해 보기 위해 돼지나 소 등 다른 다양한 포유류의 수컷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해봤다. 그 결과 자녀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대부분 다른 암컷의 성적 유혹을 받자마자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치솟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