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버터」와 참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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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와이」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한국인 2세나 3세의 중년층에는 우리 한국에서 살고 있는 같은 연령층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동맥경화증 혹은 동맥의 죽상경화증을 갖고 있어 심장의 허혈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심장의 허혈 질환이란 협심증이라든지 심근경새증으로 미국의 경우 사망 환자의 7할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질환인데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50대에 들어선 K씨는 사업에 성공하여 과거 10여년간 영양식 (?)을 한다고 「버터」와 기름기 많은 지방식을 섭취하다 보니 체중이 평균치보다 훨씬 넘는 비만형이 되었다.
체중을 조절할 겸 「골프」를 치던 어느 날 앞가슴에 통증을 느껴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혈위 안의 지질인 「콜레스테롤」과 「트라이글리세리드」가 상당히 증가되었으며 운동부하시험에서 협심증이 틀림없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후로는 그렇게 좋아하던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의사의 지시대로 저「칼로리」의 저지질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을 상당기간 병행한 결과 체중이 평균화되고 협심증 증세도 호전을 보았다.
이 간단한 사실은 왜 「하와이」에 살고 있는 한국인 2, 3세가 가공할 관상동맥기능부전 증에 걸리느냐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지방식을 섭취하는 결과는 중년기에 들어선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뜻하지 않은 성인병을 가져다 주고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서구식 식성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우리의 주변에는 이와 같은 달갑지 않은 질병이 증가해가고 있는 것이다.
「마가린」유를 비롯한 「버터」「치즈」「포크」 (기름진 돈육) 등이 특히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들. 동물성 기름으로 요리한 「비프·스테이크」보다는 식물성 기름을 이용하여 한국식 양념으로 만든 불고기가 성인병 중 으뜸가는 동맥경화나 관상동맥의 죽상경화를 방지하는데 더 없는 방법이라고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김종설 <한양대학 부속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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