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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주도의 불황타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은과 전경련은 수출부진과 재고누증, 그리고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비의 저조 등 제요인의 상승작용으로 3·4분기의 경기가 불황국면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의 경기분석은 빨라야 4·4분기에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수출주도형의 경제체질로 보아 해외수요가 그때쯤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경기의 회복속도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내경기의 회복도 그만큼 늦어지리라는 것을 예측케 한다.
또 수출주도형의 경제체질이 단시일 안에 조정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 한다면 경기회복을 위한 국내적 수단을 간단히 동원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경기가 이제는 국제경기동향에 따라서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요인 속에서 내수를 자극하는 투자정책이나 소비촉진정책을 집행한다면 당장 국제수지는 더 악화될 것이므로 국제수지문제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내수자극을 통한 경기회복은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국제경기의 회복을 기다려서 국내경기의 회복을 기할 것이냐, 아니면 국제경기의 회복국면을 기다릴 것 없이 수출상의 교역조건을 결정하는 환율을 조정함으로써 능동적으로 국제수지역조 폭을 축소시키고 그럼으로써 수출수요를 통한 국내경기의 회복을 촉진시킬 것이냐를 전략적으로 깊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국제경기가 4·4분기에 회복되기 시작할 공산이 짙다면,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이냐를 지금부터 세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동안 확대일로에 있는 무역수지역조 폭을 하반기에 크게 축소시키려한다면 국제경기의 회복에 따른 자연적인 회복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너무 소극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 수출상의 교역조건을 정책적으로 개선시켜줌으로써 수출증가추세에 힘과 관성을 붙여 주는 것이 4·4분기에 예상되는 해외시장의 호전기회를 크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물가에 자극을 주고, 차관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키는 손실이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재고가 누적되고, 그 때문에 자금압박이 심화하여 추가 부담하는 금리를 고려하거나 자금압박에 따른 차관원리금 상환이행의 애로를 고려할 때 자금순환이 막히는 부담보다는 환차손 부담이 오히려 가벼운 것이 아니겠는가.
또 올해 들어 국내물가는 30%수준이나 상승한 반면, 수출단가는 원자재투기의 냉각과 국제적인 재고의 누적으로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거나 또는 일부 품목에서 볼 수 있는바와 같은 폭락현상이 일고 있음을 고려할 때, 수출상의 교역조건을 조정해 주지 않고서도 수출신장률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를 현실에 비추어 깊이 검토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체질이 어차피 수출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구조이며, 그것을 단시일 안에 해소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 모든 국내경제문제는 수출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은 이 점을 특히 유의해서 다루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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