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렁~ 컥!" 나도 아내도 잠 못이룬다면 수면무호흡증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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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코를 골다 숨을 멈춘다. 몇 초간 숨을 쉬지 않더니 갑자기 “컥” 하며 숨을 토해낸다. 옆에서 바라보던 가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수면무호흡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 10명 중 2명꼴이다.

회사원 성한석(37·서울 강남구 신사동)씨는 잠 잘 때 숨이 막히는 증상을 자주 느낀다. 1년 전부터 증상이 심해져 코를 골다가 2~3번씩 깨곤 한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자 일상 생활에도 문제가 생겼다. 낮에 회사에서 꾸벅꾸벅 졸 때가 많다. 얼마 전엔 운전 중에 졸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문제는 성씨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성씨의 아내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새벽마다 거실로 나가 잠을 청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성씨는 치료를 결심하고 병원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코골이’를 ‘피곤하거나 코가 막혔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코골이가 심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심하면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심한 코골이의 소음 정도를 측정해보면 평균 85㏈이다. 자동차 경적을 울릴 때나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리가 90㏈인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소음이다. 숨수면클리닉(숨수면의원) 이종우 원장은 “코골이는 공기가 기도 윗부분의 좁은 부위를 지날 때 떨려서 발생하는 소리다. 기도가 좁으면 연구개나 혀 뒤쪽 부위가 닫혀 수면 무호흡 증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모두 숨이 지나는 기도가 좁아서 발생한다. 잠을 잘 때는 평소 긴장해 있던 기도 주변 근육이 이완돼 늘어진다. 나이가 들거나 술을 마셔도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기도가 좁아진다. 비만인 경우 편도와 혀에도 살이 찐다. 아래턱이 덜 발달하거나 연구개가 너무 길어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

수면 중에 숨을 멈추게 되면 우리 몸은 긴장상태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자는 동안 몇 번씩 깨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근엔 코골이로 인한 혈관염증이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중증 무호흡이 동반될 경우 12년 뒤 사망률이 2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치하면 혈관이 막히는 심혈관 질환, 치매 등 뇌혈관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수면을 하는 동안 10초 이상 무호흡 증세가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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