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세계 일주 꼭 성공해 한국 비행기 우수성 알릴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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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맥클라우드가 6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 여름 자신의 경비행기 세계일주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그가 이용할 국산 경비행기 ‘반디호’.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모험이고, 탐험입니다. 위험한 게 당연하지요. 그래서 매번 비행에 나설 때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과학의 달' 강연차 최근 내한한 미국의 탐험가 거스 매클라우드(52)는 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목숨을 걸고 경비행기 세계일주 등 탐험에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매클라우드는 1999년과 2000년에 조종석 뚜껑이 없는 경비행기를 몰고 자북극점을 단독 비행하는 데 성공하는 등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대표적 탐험가로 꼽힌다.

그는 올 8~9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경비행기 '반디호'를 몰고 남.북극점을 포함한 세계일주 비행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첫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극점 비행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야간에 비행하기도 어렵고, 사고라도 나면 그 누구의 구조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는 지난해 반디호를 몰고 남극점 왕복 비행을 하던 중 미국에 불시착했던 때를 악몽과도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넣은 연료가 수분이 섞인 불량품이어서 비행기 엔진이 공중에서 멈췄다는 것이다. 그는 농로에 비상 착륙했으며, 연료를 교체한 뒤 다시 이륙할 수 있었다면서 반디호의 우수한 성능에 감탄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지난해 남극 비행에 도전한 여러 팀 중 매클라우드만이 유일하게 반디호로 두번이나 비행했었다.

"세계일주 비행은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는 없지요."

그는 자신이 반디호를 선택한 것은 "남북극의 강한 바람과 강추위를 견뎌내는 우수한 성능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보기에 한국의 항공기 개발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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