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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초읽기] 첫 공습 때 걸프戰 10배 융단폭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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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라크전은 참전국 규모.개전 시점.지상군 진격 예상 거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1991년 걸프전과는 대조적이다. 공통점을 찾자면 전쟁을 주도하는 미군의 상대가 이라크군이라는 것 뿐이다.

이라크전은 보름달이 훤하게 뜬 20~21일 밤(이라크 현지시간) 첫 포성이 울릴 가능성이 크지만 걸프전은 칠흑 같은 그믐밤에 시작됐다. 야음을 틈탄 기습전이었다.

걸프전은 개전 첫날 다국적군이 F-15E 등 전폭기를 통해 재래식 폭탄을 투하하고 근해에 배치된 핵잠수함에서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 이라크군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이 때문에 군사시설 부근에 살던 민간인 희생도 많았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선 개전 첫날부터 3천발의 융단폭격이 이뤄진다. 폭탄의 90%를 위성.레이저가 유도하는 최첨단 스마트탄과 수억W 전류가 방출되는 e-폭탄을 쓸 예정이다.

정밀도 면에서 걸프전과 비교가 안된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개전 첫날 공습 규모도 91년의 열배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규모와 이라크군의 전력도 크게 달라졌다. 걸프전 때는 33개국이 다국적군을 이뤄 모두 78만명이 참전했지만 이라크전은 미국.영국군으로 구성된 38만명이 전선에 배치됐다. 정예 공화국수비대와 정규군.예비군 등 1백만명의 병력을 자랑했던 걸프전 때의 이라크군도 이번엔 3분의 1 규모로 줄어들었다.

쿠웨이트 탈환이 주목적이었던 걸프전의 작전명은 공세적 개념이 강조된 '사막의 폭풍'이었다. 초기에 엄청난 물량 공세가 예상되는 이번 이라크전은 '충격과 공포'로 명명됐다.

미.영 지상군의 진격 거리도 걸프전은 쿠웨이트 국경에서 1백㎞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수도 바그다드까지 6백㎞나 된다. 그래서 지상군 사상자가 걸프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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