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초읽기] 월街 등 '속전속결' 기대 부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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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독자적으로 이라크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한 17일 국제 금융시장은 마치 전쟁이 끝난 듯한 양태를 보였다. 주가와 달러 값이 폭등하고 반대로 유가는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여기엔 '전쟁이 수주 안에 끝날 것'이라는 월가(街)의 기대 섞인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뉴욕 증시에선 이라크군이 조기에 항복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선 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 같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세계경기의 회복이 빨라질 근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전쟁은 지속기간에 관계없이 미국의 경제여건을 복잡하게 만들고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전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증시 폭등=17일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미국이 유엔에 냈던 2차 이라크 결의안을 철회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폭등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3% 이상씩 급등했다.

몇달간 전쟁위협에 눌려 지냈던 울분이 폭발한 듯했다. 영국.프랑스.독일.한국.일본 증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달러화도 상승세=주가에 앞서 달러값이 이라크전 이후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값은 17일 유로화에 대해 1.0591달러를 기록, 닷새째 오름세가 이어졌다. 이날 달러 값은 지난 1월 16일 이래 두달 만에 최고치다. 이로써 유로화에 대한 달러 하락률은 올 들어 1.4%로 줄었다.

◆유가.금값은 안정세=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이라크전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이후 배럴당 34달러 근처까지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도 런던시장에서 65센트(2.2%) 하락,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내려섰다. 뉴욕 상품거래소의 한 전문가는 "이라크가 유정에 불을 지르지만 않는다면 유가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는 상태다. 17일 뉴욕 시장에서 개장 초 상승세를 보였던 금값도 오름세가 꺾이면서 전날 대비 보합세(온스당 3백37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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