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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의혹사건 수사 재개] "司正 시작됐나" 정계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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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권에 돌연 사정바람이 불고 있다. 국정원 도청의혹 공방, 나라종금 로비의혹, 세풍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갑자기 재개되거나 탄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느냐다.

의구심을 표시하는 쪽은 새 정부가 임기 초반의 개혁 추진과 총선을 앞둔 정계개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고 경계심을 보인다. 반면 여권에선 펄쩍 뛰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밝히자는 뜻이며, 대통령의 측근이라도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정원 도청의혹 사건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18일 다시 불붙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철저수사 지시로 지지부진했던 도청사건 조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수사가 사건을 폭로한 소속 의원들에 대한 조사로 변질될 것을 경계하며 "야당 음해 등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무책임한 폭로정치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양당은 이날 새벽 국정원 전.현직 직원 3명이 긴급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바짝 긴장했다.

이들이 이근영(李瑾榮)전 금감위원장과 검찰간부 간 통화 감청 문제로 붙잡히긴 했으나 이번 도청사건과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盧대통령의 언급부터 문제 삼았다. 盧대통령이 17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도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도청을 했다고 주장했으면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정치적 복선(伏線)'이 깔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이와 관련,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도청의혹을 제기한 야당쪽 수사에 무게를 둬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보기관이 정.관.재계 및 언론계를 상대로 불법적인 도청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빌미로 야당을 음해하거나 압박하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마자 국정원 관계자를 긴급체포하는 등 기존 '정치검찰'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여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향해 "자료 입수 경위 등을 공개하라"고 몰아세웠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조작된 내용으로 국민을 불안케 했었다"며 "도청이 있었다면 당사자가 처벌을 받아야 하나 한나라당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무책임한 폭로정치로 단죄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김영일 총장이 이미 ' (폭로된 내용이)국정원 자료는 아니다'라고 일부 시인한 바 있다"며 "한나라당은 허위자료를 건넨 국정원 관계자를 밝혀라"고 몰아쳤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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