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다람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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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의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옛날과는 다르다. 술래잡기·숨바꼭질·구슬치기 등은 보기 드물어졌다. 소녀들도 마찬가지다. 공기놀이나 실뜨기 따위는 서투르기 짝이 없다.
비좁은 골목에서도 소년들은 「볼」을 차고 논다. 자기 키보다도 더 큰 「배트」를 휘두르며 「베이스볼」을 즐기는 아이들도 흔히 본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린다. 여자아이들도 서슴없이 사내들이 하는 놀이에 참가한다.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달리는 광경도 본다.
장난감 가게의 「쇼윈도」엔 「복싱·글로브」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딱지치기나 하고, 구슬을 갖고 놀던 세대의 눈엔 신경지로 보인다. 신발가게를 보아도 얌전한 신발 아닌, 겨우 3촌이 될까말까한 축구화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오늘의 소년들은 「다이내믹」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까.
언젠가 『에너지』라는 한 외국잡지에서 『아이들 놀이의 세계분포』를 특집 한 것을 본 일이 있다.
그 사례들을 소개하면 숨바꼭질(중남미와 「아시아」제국), 술래잡기(동남「아시아」·한국·「그리스」·배구·「터키」), 구슬치기(중국·「베트남」·중동제국), 공기놀이(남미· 북미·한국·동남「아시아」·「아프리카」제국), 실뜨기(「알래스카」·「캐나다」·중남미·「아시아」제국·남태평양)등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아이들은 사실 그런 놀이들보다는 뛰고, 뒹굴고, 달리고 치는 놀이를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오늘의 「골목대장」은 병정놀이 따위의 대장이 아니고, 「스포츠·팀」의 주장이자 「코치」역을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방구석에서 종이 접기(절지)나 하고 실뜨기나 하는 아이들보다는 땀흘리고 고함지르며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훨씬 믿음직스럽고 흐뭇하다.
이런 현상은 도시의 아이들에서나 있을 법하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오히려 시골 아이들이 더 활달한 것 같다.
이번 「스포츠」소년대회에선 『섬 개구리』, 『산골 다람쥐』라는 별명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골소년·소녀들이 눈에 띄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남모르는 각고의 훈련으로 얻은 결실이긴 하겠지만, 아무튼 더 힘차고 더 씩씩하고, 더 튼튼한 것만은 비교가 된 셈이다.
어떤 산골의 소녀들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네트」(축구나 「핸드볼」에 쓰이는)를 손수 짜서 팔아, 그 돈으로 「유니폼」과 비용을 장만한 일화도 갖고 있었다. 한편의 때묻지 않은 전원동화라도 읽는 느낌이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도 이런 소년·소녀들에게 만장의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승부의 열광 아닌, 그것은 우리의 순박한 감동을 자아내는 무엇이 있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무거운 사명을 갖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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