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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야당도 감청 이해하나” 새누리당 김재원 “미국, 정보수장 코드 인사 안해” 민주당 문병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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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10면

최정동 기자

-해외 정보기관 시찰을 다녀온 소감은.
 ▶김재원=“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해외 정보기관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활동의 자유를 주고 있더라. 또 국내 정보기관에도 수사권을 허용해주고 있었다. 독일은 과거 나치 게슈타포나 동독 슈타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점에 대한 반성으로 정보기관에 수사권은 주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보수집권은 폭넓게 허용하고 있었다.
 또 독일은 ‘헌법수호청’이 국내 정보기관이다. 이곳이 1956년 독일 공산당 해산 결정을 주도했다. 독일 정치인들 가운데 나타난 ‘헌법파괴세력’에 대해 정보기관이 직접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이들 3개국에선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테러를 획책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적극 대응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지지가 확고하다.”
 ▶문병호=“3개국 정보기관들 모두 역할과 권한이 상당히 분산돼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국정원이란 수퍼파워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미국은 16개 정보기관이 활동 중이고 이스라엘에도 큰 정보기관만 5개다. 권력남용 논란 자체가 없었다. 또한 정보기관장 임기도 8~10년씩 보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신뢰가 쌓여 있다는 의미 아니겠나. 이는 정보기관이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국회와 정보기관의 신뢰관계가 잘 구축돼 있고 소통이 원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보기관은 국회에 활동내용을 아주 자세히 보고하고 국회도 정보를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국정원과 달리 이들 나라에서는 정보기관이 진짜 정보기관다운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여야의 해외 정보기관 시찰기

 -3개국 정보기관이 우리 국정원과 다른 점을 구체적으로 든다면.
 ▶김=“이스라엘 모사드는 근거법이 아예 없는 법외기관이다. 그만큼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었다. 미국 CIA도 말로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활동한다지만 그 테두리란 게 워낙 무제한이어서 역시 권한이 엄청났다. 특히 해외 정보활동에 대해선 미국인과 외국에 나가 있는 미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이나 위치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 통화내역, 활동 동선은 물론 어떤 사진을 클릭했느냐는 정보까지 무제한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야당 의원들은 선진국 정보기관이 테러나 방첩 정보만 수집한다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정보라는 게 조그만 단서에서 시작되는데 ‘여기는 1차 수집을 하지 말라’ ‘저기는 들어가지도 말라’고 해놓으면 어떻게 테러나 방첩 단서를 얻을 수 있겠나. 미국은 조금이라도 테러와 관련 있을 수 있는 대상은 무제한으로 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IA는 아랍계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통화내역을 수시로 수집하다 ‘밤(bomb·폭탄)’ 같은 말만 나오면 그 사람에 대해 무제한 감청에 들어간다.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도 없다. 감청을 전담하는 정보기관(NSA)에 부탁하면 된다.”
 ▶문=“이번에 둘러본 3개국 정보기관들은 모두 해외 정보가 주된 임무였고 국내 정보는 테러나 국가전복에 한해 수집할 뿐이었다. 국정원의 존재이유가 뭔가.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제대로 입수해 테러나 도발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핵심 임무다. 현행 법에도 국내 정보는 대테러·방첩 등 보안 정보만 맡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법에 정해진 직무 범위에서 일탈해 국내 인사들의 정치적 성향과 활동 내역, 사생활까지 파헤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다 보니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 아닌가. 정보기관의 업무범위를 정확히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재확인했다.”

 -선진국은 정보기관의 중립성을 위해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기관장에 임명하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실제 둘러보니 어땠나.
 ▶김=“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임기가 10년으로 돼 있다. 준사법기관이니까 그렇다. 그러나 CIA는 정부가 바뀌면 국장도 곧 대부분 바뀐다. 대통령의 보좌기관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과 관련 있는 인물이 국장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특히 백악관에서 비서관을 지낸 인사, 즉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국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CIA가 백악관과 밀착됐다고 봐야 한다.”
 ▶문=“CIA는 해외 정보를 담당하므로 국내정치와는 사실상 관계가 없고 국내 정보는 FBI가 맡고 있다. 때문에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FBI가 더 중요하다. 에드거 후버는 1924~72년 48년간 FBI 국장을 지내며 8명의 대통령과 일했다. CIA 국장도 정권이 바뀌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차원에서 교체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앉혀서 국내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려 한 ‘코드 인사’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미국 대통령과 CIA 국장이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하지 않았나.”

 -3개국 정보기관들의 예산 공개 범위는.
 ▶김=“미국은 16개 정보기관이 쓰는 예산총액만 공개한다. ‘비군사적 국방비’ 명목으로다. 그러나 기관별로 얼마나 예산이 배정됐는지는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법외 기관들인 만큼 예산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 독일도 예산 총액만 공개한다. 우리 야당 주장대로 정보기관의 인원이나 장비비·운영비·공작비 등을 공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문=“우리도 국정원 예산을 완전히 공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는 건 공개라고 할 수 없다. 미국과 독일도 본회의에는 총액만 보고하지만 정보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보고하고 있었다. 또한 세 나라 모두 정보위에서 1차로 예산 심사를 한 뒤 정보 파트만 다루는 특별위원회에서 한 번 더 심사하고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에 휴대전화 감청권을 주자는 서상기 정보위원장의 주장이 논란인데 3개국 정보기관은 어떤 상황인가.
 ▶김=“미국과 독일·이스라엘 모두 정보기관들이 휴대전화를 유선전화와 동일하게 감청하고 있었다. 한국도 법적으로는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하지만 감청용 시설 설치 조건이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강도·유괴범 같은 흉악범이나 국가전복 음모를 획책하는 반정부 세력·테러 혐의자에 대해 휴대전화 감청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이번 순방 말미에 ‘정보기관들이 감청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우리 국정원만은 자숙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좀 자숙하게 한 뒤 2017년부터 감청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자’고 제안해 서로 웃었다.”
 ▶문=“(미국이) 우리보다는 좀 더 많이 감청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도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나.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국정원의 도·감청에 따른 사생활 침해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어 설사 국회가 국정원의 감청권을 허용해도 국민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에 그런 권한을 줘도 남용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따라서 지금은 감청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국정원이 좀 더 국민의 신뢰를 쌓은 뒤에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시찰에서 여야가 공감한 부분은.
 ▶김=“지난 시절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실제 사건화된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소지를 차단하고 본연의 안보·방첩 정보 활동은 잘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데엔 여야가 공감한다. 다만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강하게 주장하다 보니 지원 필요성과 관련해선 선뜻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해할 만하다.”
 ▶문=“국회 정보위에서 들은 국가기밀을 누설한 의원에 대한 처벌 강화와 관련해선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 비밀이 지켜져야 국정원도 국회를 믿고 제대로 보고할 것이다. 전례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의원들이 보안을 잘 지키겠느냐는 데 국민적 의구심이 큰 현실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그래서 정보위원을 현재 12명에서 6~8명까지 줄여 누설 가능성을 낮추자는 데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누설할 경우 즉각 당 차원에서 위원을 해촉하고 징계할 방침이다. 평소 신뢰도가 낮은 의원은 정보위원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곧 국정원 개혁 특위가 재가동된다.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김=”이달 초에 국정원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엘리 코헨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코헨은 시리아 국적을 취득하고 현지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며 1급 군사기밀들을 캐다 발각돼 공개 처형된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정보기관원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장기간 해외활동을 하다 승진에서 누락된 끝에 계급정년제에 걸려 쫓겨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코헨처럼 이중 국적을 취득할 수도 없어 활동 폭이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해외에서 신분을 세탁할 수 있고, 장기간 일해도 인사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해 주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야당도 이에 대해 반대가 없는 것으로 안다.”
 ▶문=“세 가지가 핵심이다. 우선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에 있어 직무 범위를 정확히 지키도록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내파트는 반 이상 줄이고 대북·해외파트를 보강할 방침이다. 둘째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장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셋째는 국정원의 보안업무 기획·조정권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이관할 것이다. 현재 국정원이 갖고 있는 기획·조정권은 각 정부기관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더불어 국정원장 임명도 국회 동의를 거치게 하거나 별도의 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도 여당과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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