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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드라마로 컴백한 한혜진 … 기성용의 따뜻한 말 한마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로 돌아온 한혜진이 남편 기성용 선수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녀의 내조 덕분인지 기성용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브라운관과 그라운드에서 안팎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부부의 일 그리고 신혼 이야기.

예상 밖이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시기에 남편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을 감수하고 이렇게 빨리 컴백할 줄이야. 한혜진이 남편 기성용 선수가 있는 영국의 신혼집을 뒤로하고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로 돌아왔다. 2013년 7월 결혼식 후 영국으로 떠난 지 6개월 만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위기의 두 부부가 그려나가는 감성 스릴러 드라마다. 가족과 부부의 문제를 리얼하게 다루며 복잡 미묘한 결혼생활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한혜진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힘들어하다가 자신도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지는 위기의 주부를 연기한다. 침 흘리고 자는 모습을 봐도 좋게만 보일 신혼의 새댁이 권태기 부부의 리얼한 현실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던 항간의 시선은 드라마 방영 직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극 중 남편으로 나오는 이상우와의 부부 싸움은 실제라고 해도 될 만큼 실감났다. 드라마가 부부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막장’ 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에 대한 생각과 부부 관계에 대한 철학, 기성용과의 실제 결혼 생활 등 결혼 이후 모처럼 만에 그녀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영국에서 6개월 만에 들어온 이유

한혜진이 결혼 이후 언제 어떤 드라마로 돌아올지에 관심이 모이던 차에 그녀는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 를 택했다. 아닌 게 아니라 출연을 제안받고 꽤 오래 고민을 했다. 이제 막 가정을 이룬 만큼 안정이 깃들 때까지는 공백기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녀의 선택을 도운 것은 남편 기성용 선수다.

“제가 영국에 들어가는 날, 이 작품을 제안받았어요. 사실 받고 나서 3개월 동안 고민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가정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런데 제가 하명희 작가님의 전작인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열성 팬이었고, 작가님 필력에 반해 있던 상태라 러브콜 받고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남편과 상의를 했어요. 그랬더니 덤덤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해주더라고요. ‘축구 선수가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과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은 같은 것 아니겠느냐. 그러니 가서 하고 와라.’ 결혼 전에도 제가 하는 일을 존중해주었지만 결혼 후에도 변함없이 저를 배우로 인정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덕분에 마음 편히 한국으로 올 수 있었고요. 결혼 후 든든한 친구이자 지원군을 얻은 것 같아 기뻐요.”

그녀는 남편 덕분에 평소 좋아하던 감독, 작가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합류한 그녀. 다행히 시청률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드라마는 두 부부의 불륜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찌어찌해서 불륜에 다다르게 되었는가 보다 이미 시작된 불륜을 두 부부가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 초반부터 결혼한 남녀의 진한 불륜 스토리가 등장하자 이 드라마를 두고 극단적이다, 막장이다 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드라마는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거기서 저는 나은진이라는 인물을 맡았는데, 사랑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평범한 주부예요. 그런데 어느 날 믿었던 사랑에 배신을 당하자 그 배신감을 감당 못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찾으려던 것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되어 버리죠. 그렇게 혼란을 겪으면서 진정한 자아와 가정의 의미를 찾아가는 역할이에요. 드라마에서 불륜을 앞에 내세운 이유는 부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야기가 불륜으로부터 출발하죠. 거기서부터 차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고요.”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고도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

이전까지 주부 역할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과연 남편의 외도와 스스로의 불륜을 경험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나운진을 리얼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도전인 셈이었다.

“시놉시스와 대본을 접하고 나서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여자가 남편의 배신으로 무너지고, 다른 사랑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협박에 시달리며 혼란을 겪어요. 그사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자신과 가정을 지켜야 할지 고민을 하죠. 저는 그야말로 이제 막 가정을 이룬 입장이잖아요. 처음에는 극중 인물의 상황이 생소하고 낯설었어요.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도 어려웠고요. 다행히 점점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찌 됐든 다른 여자의 남편을 만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은진의 심리 상태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지금껏 해보지 못한 깊고 오묘한 역할이라서 즐겁고, 이를 통해 제가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아요.”

불륜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을 의식한 듯 그녀는 여러차례 불륜은 하나의 소재일 뿐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부 사이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불륜은 가정에 균열이 생기게 하는 극단적인 소재일 뿐이지 이 드라마의 주제는 아니에요. 오히려 결혼한 남녀가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언급하고 부부 관계의 성장과 회복을 그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 연기가 설득력이 있어야 하겠죠.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만큼이요.”

우리 부부에게 사랑은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

그녀의 배우 인생에서 이번 드라마는 터닝 포인트와 같다. 10년이 넘게 연기자 생활을 해오면서 스스로 자질을 돌아볼 무렵에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난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진짜 연기가 필요한 대본이라는 것. 그녀가 이 시점에 영국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온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스무 살 무렵부터 연기를 해왔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쩌면 그래서 영국에 더 머물지 않고 서둘러 복귀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이번 기회에 저를 한번 깨보고 싶었어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본을 보면서 기다리던 그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음, 제 연기가 다 들통 날 대본이랄까요.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감독님께도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기회이니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역할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레 결혼 생활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초보 주부인 그녀에게는 여전히 궁금하고 흥미로운 세계이다. 앞으로 자신의 결혼 생활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나름 그림도 그려보게 된다.

“결혼한 지 몇 개월 안 됐지만 드라마 덕분인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돼요. 게다가 남편과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더욱 생각할 것이 많죠. 제가 내린 결론은 ‘결혼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거예요. 저만 해도 그래요. 결혼을 하고, 혼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면서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으로 상대를 사랑해주는 법을 배우고 있죠. 매일 조금씩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있어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과는 정반대로 남편인 기성용 선수와는 가까이 있을 때보다 더 진한 애정 표현을 주고받는다. 두 사람 모두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저희는 정말 엄청난 표현들을 매일매일 틈날 때마다 거침없이 해주고 있어요(웃음). 그것이 서로에게 굉장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국에서 함께 있으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때 생각하면서 ‘이제 조금 있으면 만나니까’ 하면서 하루하루 잘 견디고 있어요. 보고 싶은 그리움은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아낌없는 애정 표현으로 대신하고요.”

그녀의 사랑과 응원 덕분인지 기성용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훌륭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패스 성공률 90%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우더니, 최근 선더랜드 홈구장에서 열린 첼시와의 ‘캐피털 원 컵’ 8강전에서는 연장 결승골을 성공시켜 팀을 2 대 1 승리로 이끌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13년 7월 SNS 발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기성용 선수로서는 오랜만의 기분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자신의 SNS에 최강희 전 축구 대표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축구계 동료들과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한혜진과 결혼식을 올린 지 5일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부부 모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기성용 선수의 기량이 회복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한혜진의 내조 덕분이 아니겠느냐며 그녀에게 공을 돌리고 있다.

“결혼해서 영국에 가자마자 예기치 못한 어려운 일들을 겪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뿐이었고요. 그렇게라도 남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결혼해보니 남편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에요.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도 집에서 쉬는 법이 없죠. 매일 운동을 하고, 불 꺼진 경기장에 나가 슛 연습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는 한 번씩 마음이 아플 때도 있어요. 반면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다행히 지금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지금껏 남편이 해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에 와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도 잘하고 있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녀는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넘치지 않는 선에서 남편 자랑을 실속 있게 늘어놓았다. 축구 선수로서는 물론 남편으로서 매우 가정적인 남자라는 점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강인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남편으로서 듬직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문득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의 제목이 떠올랐다. 그래서 남편이 당신에게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무어냐고 물었다.

“제가 제일 예쁘다고…. 죄송합니다(웃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웃음이라는 것을 안다. 생각만 해도 좋고, 티를 내자니 민망하다는 웃음이 아니겠는가. 이 부부에게도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 날이 오겠지만 그때에도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넬 줄 안다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고맙게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터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드라마에 보답하는 길은 시청률을 높이는 것뿐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이 부부로, 가족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어 갈 수 있는 드라마예요. 또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좋아야 바로 다음에 방송되는 ‘힐링 캠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웃음). 오늘도 제작 발표회 한다고 ‘힐링 캠프’ 팀에서 화환을 보내주셨더라고요. 제게는 은인 같은 프로그램이에요. 언제든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응원해주시는 만큼 일도 결혼 생활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여성중앙 취재=조영재 기자, 사진=홍하얀(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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