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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민주당 변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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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對北) 송금 특검법 공포 이후 청와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온 민주당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18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와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같이한 자리에서다.

盧대통령은 "민주당이 국민 전체를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정당으로 변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특검법에 대한 당론 결집 과정, 당 개혁 등과 관련해 민주당이 보여온 양상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소의 문제점을 느껴 한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질책과 힐난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盧대통령은 특히 전날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특검법 공포로 남북관계가 잘못되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은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답답해했다고 한다.

자신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까닭을 민주당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盧대통령은 또 민주당의 신.구주류 갈등으로 당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오찬 분위기도 처음엔 무거웠다고 柳수석은 밝혔다. 鄭대표가 당무회의에서 표출된 '당 존중'등의 의견들을 전하자 盧대통령은 도리어 '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李총장이 "정부 산하단체 인사 때 당 사람들을 배려해 달라"며 당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자 盧대통령은 말을 자르며 "비서실장.정무수석과 실무적으로 얘기하라"고 대꾸했다. 盧대통령은 과거처럼 지나친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 출신이 대거 정부 산하단체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盧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당을 달래는 자세도 보였다. 청와대와 당의 고위관계자가 정례적으로 만날 필요가 있다는 당측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盧대통령 자신은 격주로 당 대표와 당3역을 만나겠다고 했다.

청와대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이정우(李廷雨)정책실장과 당3역의 협의회도 격주로 가동하고, 고건(高建)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협의회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당의 의견을 듣는 창구를 만들어 당내 불만을 무마해 보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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