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믿지못했던 기적 또하나의 역전의 명수 전주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말 누구도 믿기 어려운 기적이었다.
감독·선수들은 물론 전주상-장충고전을 지켜본 2만여 관중까지 이 기적같은 전주상의 극적 역건승에 서로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21일 서울운동강야구장에서 열린 전주상-장충고의 2회전경기는 정말 눈깜짝할사이에 일어난 역전승이었던 것.
『야구는 「사이렌」 소리가 끝나야 안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말을 절감하듯이 전주상의 9회말 극적 역전승은 패배 일보전에서 거둔 너무나 「드러매틱」한 승리였다.
이날 전주상은 6회초 장충 4번윤승구에게「라이트」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아 2점을 선취당하고 있었다.
첫날 명문 부산고를 4-2로 격파, 기염을 보였던 전주상 「나인」들은 이제 패배만을 눈앞에 둔듯했다.
장충 투수유종겸의 왼손에서 나오는 큰「커브」는 선수들이 손도 못대고 있었고 8회말까지 단1안타에다 사구 2개만을 얻었을 뿐 무기력한 공격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러나 9회말 마지막 배수진에서 전주상의 타력은 마치 노도와 같이 둘결쳤다.
1번 한철희가 좌중간을 뚫는 2루타로 나갔고 뒤질세라 2번 김현성이 3유간을 빠지는 안타로 후속, 무사주자 1, 3루. 『절망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이길 수 있다. 』선수들은 기적같은 돌파구에 열광했다.
최주억감독도 홍분을 감출 수 없다.
『「찬스」다. 두들겨 부숴라.』악을 쓰듯 고함쳤다.
3번 강정호가 이 흐름을 포착, 「레프트」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터뜨린 것이 이때다.
3루에 있던 한철희가 가볍게 들어왔으나 1루에 있던 김현성이 너무나 흥분하여 무리하게「홈」에 들어오다 「아웃」, 「타이」의「찬스」는 사라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때 장충 투수유종겸이 당황, 폭투를 함으로써 강정호가「홈·인」, 「타이」를 만든 것이다. 이제 불붙은 타봉은 걷잡을 수 없이 터진 것이다.
4번박두석이 다시 유격수옆에 빠지는 안타로 나가 과감하게 2도에 성공하고 이어 6번 김성광이 회심의 일타를 날려 극적역전승은 이룩된 것이다.
최주억감독이 취임한지 3년. 갖은 고난 끝에 재창단 3년만에 다시 얼굴을 보인 전주상은이제같은 전북대표 군산상에 이어 또다시 『역전의 명수』라는 칭호를 얻는 신화를 낳은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