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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속에 노?노동…생지옥 지하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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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특파원】2차대전중 일본 최대의 탄광지대인 구주지방에 끌려가 인간이하의대우와 흑사를 당한 징용노무자들의 비극적인 삶이 종전29년만에 적나라하게 파헤쳐져 보고됐다. 이 종합보고는 일본인변호사등으로 구성된 구주지방 한국인 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 최근에조사·보고한 것으로 한국인노무자들은 바닷물을 떠다 데워주는 소위「소금국」을 먹기도하며 지하갱에서 때에 쫓기면서 오예처럼 중노동을 하는등 너무나 처참한 당시의 혹사실태로 얼룩져있다.
구주지방은 여주·당진·탑로·마생등 2백여탄광이 산재한 탄광지대로 1백50만 징용노무자 중, 가장 많은 노무자들(수십만명추산)이 끌려가 혹사당한 생지옥의 땅. 진상조사단(단장 미기·전일 한련 인권옹호 위원장)은 72년과 73년 「오끼나와」와 북해도의 징용노무자 실태조사를 한데이어 지난달 10일부터 약20일간 구주 각 탄광 현장을 답사하고 한국인 64명,일본인 58명등 당시 관계자 1백22명의 증언을 청취, 종합보고를 냈다.
보고에 의하면 광산징용 노무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의 으뜸은 급식. 밥을 너무나 적게줘 풍주탄광에선 점심도시락까지 아침에 한꺼번에 까먹어야 겨우 허기를 메울정도(경북청송출신 안용한씨 증언)였으며 「지꾸호오」(축단)지구 「아소우」(마생)탄광에선 휴무인 일요일엔 쉰다는 이유로 『얼굴이 비칠 정도로 멀건 죽을 주었음』이 드러났다 (복강현안수거주 문유열씨 증언).
심지어 북구주의 한 탄광에선 아침식사에 바닷물을 떠다 그대로 데운 것을 국이라고 주기까지 했다는 것 (북구주시 거주 정병기씨 증언).
조사단은 허기에 시달리다 못한 풍주탄광 노무자들이 당시 숙소벽에 푸념처럼 써놓은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싶어』『고향에 가고싶다』등의 한글 낙서를 발견 (축풍거주일본인 상야영신씨가 액자로 만들어보관)해내고 이같은 비인간적 대우를 뒷받침했다.
생지옥같은 작업실태와 만행의「린치」행위도 이보고는 소상히 밝혔다. 「아소우」탄광에선 낙반사고로 어깨뼈가 부러져 뼈마디가 채굳기전인데도 갱속으로 내모는가하면 (문유열씨증언) 탑노탄광선 몸이 아파도 약한봉지를 던져주고 쉬어도 갱내서 쉬라며 지하로 들이밀기드했다 (경남창원출신 강도시씨 증언) .
특히 당진탄광에선 지갱에서 「개스」폭발사고가 났을 때 탄광을 보호해야 한다며 갱구를밀폐하는 바람에 입구까지 도망쳐 나오던 한국인 노무자 45명이 그만 빠져나오질 못하고 생죽음을 당한 사실 (웅본시거주 김종선씨 증언)도 새로 드러났다.
작업은 대체로 아침6시부터 저녁8시까지의 13시간 중노동. 「아소우」탄광의 경우, 일요일이 돼야 햇빛구경을 할 수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목도·혁대등으로 사정없이 「린치」를 가해 광산사무소는 『아이구』 『아이구』하는 노무자들의 비명이 떠나지않기도 했다는 것 (북구주시거주 박오룡씨 증언)이다.
또한 한 탄광에선 담배 배급 때 땅바닥에 뿌려놓고 주워 피우도록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고(박오룡씨 증언) 「아소우」탄광에선 본국에 직접 송금해준다고 속여 일급(2원)을 가로채는등 착취까지 했다 (문유열씨 증언)는 것.
조사단은 풍주탄광서 일한 안룡한씨의 증언으로 13세소년(암전삼낭과 삼산강부등 2명)까지 탄광에 징용한 사실과 8세의 소녀로서 『일본에 가면 빗자루로 쓸어 담을만큼 돈을 모을수있다』는 꾐에 빠져 대분방적공장에 징용당했음을 증인 정재순씨(66·마산출신·대분시거주)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또 당진탄광에 징용된 1천여명의 노무자중 사고·도주등으로 7백명이 죽고 남은3백명이 45년9월 20t짜리 배로 귀국길에 올랐다가 북구주시 앞바다서「엔진」고장으로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전멸, 그중 90명의 시체가 「와끼노우라」(폐패)해안에 표착, 모래로 토장된 채 아직도 방치되고 있음을 새로 확인했다.
당시의 목격자 엄정남씨(61)는 『이들 원혼의 노무자들이 몇푼 안되는 것이지만 그동안 모은 돈을 꼬깃꼬깃 허리에 차고 있었다』고 눈물겨운 정경을 증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를 계기로 지난달13일 「가고시마」(녹아도)지방에선 새로「한국인 강제연행을 기록하는 모임」이 결성됐으며 「지꾸호오」지구서도 조사단 조직발족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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