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레드불 등 '에너지 음료' 학교 매점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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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학교 2학년생인 서모(14·서울 강남구)군은 학기 중에 교내 매점에서 ‘에너지음료’를 하루에 한두 병씩 사서 마셨다. 친구들이 마시면 힘이 난다고 해서다. 방학인 요즘에도 서군은 가끔 이 음료가 생각나면 집 근처 수퍼나 구멍가게에서 용돈으로 사서 마신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모(11·서울 강서구)군은 “시험 준비하다 졸릴 때 친구들과 ‘마법의 음료’를 함께 마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음료’ 또는 ‘마법의 음료’로 불리는 핫식스·레드불·몬스터·에너젠 등 고(高)카페인 음료는 시중에 15종이 유통 중이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는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불면증이나 흥분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많이 마시는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들 고카페인 음료 1캔에 들어 있는 카페인 함량은 약 60㎎이나 된다. ‘커피믹스’ 1봉(69㎎)과 비슷하고 콜라 1캔(23㎎)의 약 3배다. 때문에 에너지음료는 식품위생법상 고카페인 음료(ml당 0.15㎎ 이상)에 해당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어린이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은 체중 1㎏당 2.5㎎ 이하다. 가령 체중이 40㎏인 어린이는 100㎎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권고량을 초과하는 하루 2캔 이상을 마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지 않아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앞으로는 이런 고카페인 음료는 학교 매점과 학교 주변 우수판매업소에서 퇴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제한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고카페인 음료는 학교 매점뿐 아니라 학교 반경 200m 안에서 영업 중인 전국 3099곳의 우수판매업소(지자체가 지정한 위생 조건 준수 업소)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다만 학교 부근의 구멍가게는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새로운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매뿐 아니라 광고가 규제되고 카페인 함유량 표시 규정도 강화된다.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고카페인 음료 관련 광고를 할 수 없다. 어린이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음료 포장 색깔과 잘 구분되도록 반드시 붉은색으로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했다. 새로운 판매 규정을 위반하면 10만원, 광고 시간을 위반하면 건당 100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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