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식량·농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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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긴급문제는 급증하는 인구에 대비해서 식량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벌써 세계 인구와 농업생산량 사이에는 상당한 불균형의 상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식량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불충분한 식생활 수준에서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10년 안에 식량 공급을 3배로 증가시켜야 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국내의 식량수요는 국내 공급보다도 훨씬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증가율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농업생산량을 증대시킬 필요성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절실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가 발달하고 상업과 공업이 발전됨에 따라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 특히 소농은 무지와 빈곤·무력자의 대명사처럼 불려 왔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입장을 시인하게 되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소농부의 농민이 잘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경제성장에 따른 소농층의 적응 및 문젯점을 특정지역의 사회경제적 실태분석과 각계각층의 의견청취를 통하여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농촌지역의 균형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하여「소농종합발전연찬회」가 4월25일부터 5월1일까지 한 주일 동안 국립농업경제연구소 주관으로 수원과 서울에서 열렸다.
이 모임에는 소농 자신들이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각종 농업관계의 주무관리와 전문학자들도 참여하고 각국의 대표로 구성된「유엔」식량농업기구 임원들도「업저버」의 자격으로 참관했다. 그들은 모두 함께 농촌의 마을에 들어가서 농민의 생활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기회에 그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농민들이 그들 자신의 문젯점과 가능한 해결방안 및 요망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제시하고, 농업관계 전문가와 학자·주무관리들은 그들의 애로점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확인하여 농업정책의 수립과 대농민 행정에 그대로 반영시켜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농촌의 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상부에서 계획되어 밑으로 내려오는 하향식보다 농민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따라 밑으로부터 위로 의사가 전달되는 상향식 사업계획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단 한번의 실천이 백번의 말과 이론보다도 훨씬 더 낫다는 참모습을 이번 기회에 꼭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한상복 (서울대 문리대·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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