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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시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춘색이 완연해진 요즘, 전국의 유원지와 고궁에는 상춘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기 시작, 행락「시즌」의 도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라이프·사이클」의 중요한 부분은 본래 근로와 생리생활 이외에 여가활동으로 구성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여가활동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선 사람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재생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얼마전만 해도 여가가 있으면 여분의 노동이라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여가가 많으면 도덕적 수락과 정신적 해이를 초래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소인한거에 위부선」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국가의 국민생활에서는 공통적인 추세로 여가가 많아지고 여가활동이 건전한 국민생활의 불가결한 요소로 재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현대에 있어서도 막상 그 여가를 어떻게 선용하는 것이 참되고 알찬 자기 소생의 길이냐에 대해 깊이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리하여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도박과 주색잡기 등 유한족들의 방탕적인 놀이가 사회의 지탄이 되고있는데 그것은 그러한 여가를 선용할 줄 모르는데서 초래된 도덕적 퇴폐라고 빈축을 사 마땅한 것이다.
유한계급의 이러한 폐풍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있어서도 모처럼의 여가를 음주광란, 무질서한 가무 등 역겨운 행락으로 그르치는 겅우가 적지 않은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도 앞으로 현대생활이 강요하는 정신적「스트레스」를 풀고 내일의 보다 알찬 활동력의 재 생산을 도모하기 위해 여가생활을 선용하도록 지도하고 장려하는 문제는 절실한 사회정책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실지로 생활환경의 도시화·기계화 경향에 따라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인구는,계속 늘어날 것이며 또한 이것은 적극 장려하여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기기 위해서는 낭비적인 값비싼「레저」시설보다도 값 싸면서도 다수의 시민들이 참다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 또는 고궁·사적·자연 경승지 등의 개척과 여기에 많은 시민들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수송할 수 있는 교통편선의 확대 등이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이다.
서울에 있는 유원지나 고궁들은 이맘 때가 되면 언제나 주변일대의 교통이 마비될 이만큼 혼잡을 빚고있으며, 좀처럼 해서는 도시락을 펴놓고 앉을 수 조차 없는 일대혼란이 벌어지곤하여 .주말마다 많은 미아들이 발생하는 등의 소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래가지고 서야 상춘이라 하면서 모처럼의 휴일을 잡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난 21일 창경원의 상춘인파는 개원이래 최고 기록인 18만5천여명이 몰렸다고 하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느 때 보다도 사고가 적었다는 것이다.
수목을 꺾지말자, 동물을 애호하자는 등 여러기관에서 벌여온「캠페인」이 어느정도 성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상춘「시즌」에 있어서는 넉넉지 못한 환경일수록 이를 서로 아끼고 질서있게 즐기는 공중 도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가활동은 이제 문화국민의 기본적 권리의 하나라고까지 간주되고 있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여가선용을 유도하는 대책은 국민 복지의 증진이라는 보다 큰 정책의 일경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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