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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의 공개 채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비록 일단짜리 기사이기는 하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시원한,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다. 서울대학교 공대에서 부교수·조교수 30명을 국내외로부터 공개 채용한다는 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구미 제국의 경우엔 부족한 교수를 채용하려면 일단 기사가 아니라, 대문짝 만한 유료 광고를 몇 번이고 신문에 실어야만 할 정도로 공개 채용의 원칙이 이미 관행화 한지 오래다. 따라서 그것은 아무런 보도 가치도 없고 새로운 소식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엔 이번 서울공대에서 시도한 공개채용 광고가 파격적이요, 전례가 없는 일에 속한다. 종래 우리 나라에서는 교수의 자리가 하나라도 비면 그 몇 배나 되는 자천·타천의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연줄 저런 연줄을 통해서 암암리에 경합을 하고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는 출신교를 따지는 학벌의식이 최후의 발언을 하는 경우가 예사였다. 이와 같은 폐쇄적인 인사정책이 참된 학문의 발전이나 대학의 발전을 얼마나 저해하여 왔었을까.
진리란 그 본성에 있어 개방적이요, 인지와 학문은 양·질적인 면에서 다양스런 토양을 흡수 소화함으로써 전진해 왔음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는 바이다.
학자에는 국경이 있어도, 학문에는 국경이 없다. 하물며 학문의 발전을 위해 국가간의 경계가 아니라 대학 문의 경계가 장해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대학의 인사정책에 있어서 동문 출신만을 찾는 배타주의는 일종의 지적인 혈족 결혼이요, 그 우성학적인 결과는 개인의 차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학과 같은 집단의 차원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대학이 갈수록 증대하는 학생 수와 갈수록 세분화하는 전공 영역 때문에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인 교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캠퍼스」단위의 지적인 「아우타르키」(자급자족)는 현재에 있어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어서는 더욱 불가능 할 것이 틀림없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 이번에 교수의 공개채용에 선편을 친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참으로 우리 대학들의 미래를 시사하는 상징적인 일이다. 물론 이 선례는 우리 나라 대학가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에 충분한 학식과 연구업적을 쌓고 있음에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석학들이 이런 기회에 수입이나 「프리스티치」를 위해 종래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서울공대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유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의 공개채용은 일류대학을 더욱 좋은 대학으로 향상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대학들을 더욱 볼품없는 대학으로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하고 있는 자유경쟁의 원리가 대학사회에서만 통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교수의 공개채용 제도의 보급으로 해서 우리 나라의 공·사립대학들이 다같이 교수의 대우개선 경쟁에, 그리고 대학의 질의 향상 경쟁에 나서게 된다면 대학의 장래를 위해선 그처럼 다행한 일은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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