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돌면 닭고기? 군 괴담 믿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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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뜨니까 바로 닭고기가 나오는군.”

 19일 국방부 점심 메뉴에 닭찜이 올라오자 군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16일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견됐다는 보도 직후다.

 AI나 구제역 파문 땐 ‘무용담’ 혹은 ‘괴담’을 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식사에 예정에 없던 닭튀김이 수북하게 나왔다. 환호하며 마구 가져다 먹었는데 취사병은 실실 웃으며 먹지 않았다. 그날 밤 TV 뉴스에선 AI 발생 소식이 보도됐다’.

 군대 급식 괴담은 군이 값싸게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혹은 축산농가의 파산을 막기 위해 닭·오리를 대량 구입한다는 것이 요지다. 정말 AI 발생 후 장병들 식탁에 닭·오리고기가 수북하게 쌓였을까. 육·해·공군에서 한 부대씩 무작위로 골라 AI 발생 전후 2주치 메뉴를 비교해 봤다. 결과는 괴담과 달랐다.

 경기도의 육군 A부대의 장병들은 16일(AI 발생일) 이전 2주 동안 닭·오리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8차례 먹었다. 16일 이후로는 7차례다. 경남의 해군 B부대도 16일 전후로 각각 6차례, 7차례 나왔다. 경북의 공군 C부대는 각각 9차례, 6차례로 AI 발견 후 조류 메뉴가 34% 감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급식 규정은 식재료 단가 협의 결과에 따라 매년 12월 결정된다”며 “식재료의 제공량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올해 군에서 삼계탕은 3회 제공되며 양은 1회 500g이다. 이 관계자는 “급식 메뉴를 바꾸려면 참모총장의 승인이 필요한데 어느 참모총장이 AI 방역기간 동안 닭고기를 갑자기 늘리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장병들이 ‘매끼 닭고기를 먹었다’는 생각을 가질 만한 이유도 있었다. 육군 A부대의 1월 28일 식탁에는 치킨버거(아침)와 닭강정(점심)이 오를 예정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민주당) 의원은 “민감한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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