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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시오, 발레리 올랑드 결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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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랑수아 올랑드(60)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49)와 함께했던 생활을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자선행사를 위해 인도로 출국하기 하루 전날 더 이상 그녀가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두 사람의 7년 동거에 종지부가 찍혔다.

 이날 아침 프랑스 언론들은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결별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대통령궁은 그러나 오후 “그럴 예정이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그러다 오후 7시쯤 올랑드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말한다”며 결별 사실을 알렸다.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함께 결정한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결정하고 통보한 듯한 뉘앙스였다. 이 문제를 다루는 올랑드 대통령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국 가디언은 “예의에 어긋날 정도로 간결했다”고 했다.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올랑드 정부가 경제 회복 등 현안에 매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발표를 서둘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랑드는 발표 몇 시간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0일 연예잡지 클로저가 “올랑드 대통령이 쥘리 가예(42)와 밀회 중”이라고 보도한 이후 언론의 취재 공세를 받았다.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대했던 프랑스 정론지들도 관심 있게 다룰 정도였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의 회심작이랄 수 있는 신년 기자회견의 빛이 바랬다. 이른바 사회주의자에서 사회민주주의자로, 반기업에서 친기업으로의 선회 선언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의 첫 질문은 트리에르바일레르와의 관계였다. “지금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인의 내밀한 부분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만 크게 부각됐다.

  클로저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대통령의 사생활에 빗댄 광고는 속속 나왔다. 야당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직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 보인다. 특히 외국에서의 언론보도는 끔찍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퍼스트레이디 효용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5명의 지원 인력에 별도 사무실까지 쓰는 게 적정한가였다. 올랑드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기자들에게 “장차 엘리제궁(대통령 거처)에 퍼스트레이디가 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적어도 당분간 가예를 엘리제궁으로 들이진 않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참모들도 “임기 동안 독신 대통령으로 지내라”고 조언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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