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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신사법을 전격 통과시킨 일 자민당의 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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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특파원】다나까(전중각영) 수상과 그가 이끄는 일본 정부·자민당이 최근에 와서 보수우익적 경향을 뚜렷이 하는 일련의 언동을 거듭함으로써 내외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얼마전 다나까 수상은 국회답변에서 천황의 치세가 길이 계속될 것을 기원하는 특이한 내용으로 된 국가 기미가요 제창과 일본에서는 군국주의를 연상시킨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있는 국기 히노마루 게양을 법제화하고 패전하기이전 일본 전국학교에서 엄격히 제창돼온 교육 칙어를 재평가,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또 일본경찰은 춘계임금인상 투쟁의 일환으로 단행된 총파업과 때를 같이해서 일본최대의 산업별노조인 일 교조(일본교직원조합)가 위법한 파업을 했다고 보고 전국의 조직본부를 급습, 철저히 수색하는 강경한 태도로 임함으로써 물의를 불러일으키더니 총파업이 절정에 달한 지난12일 밤에는 자민당 의원들만의 중의원내각위원회에서 야스꾸니(정국)신사법안을 단독 통과시킨 것이다.
명치유신 이후 국사를 위해 순직한 사람과 전몰장병 2백50만명을 합사한 야스꾸니 신사의 의식·행사 등 업무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국비로 부담한다는 요지의 야스꾸니 신사법안을 자민당이 내각위에서 단독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지금의 국회일정으로 보아 이번 회기 안에 중·참양원을 통과, 확정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굳이 「단독」이란 무리한 수법을 써서 물의를 빚어냈는가.
한마디로 6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의 대책이라는 풀이가 가장 유력하다.
이번 참의원선거는 자칫하면 보수자민과 혁신야당의 의석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는 운명의 대결.
그런데 오일·쇼크 이후의 계속된 물가고로 자민당내각은 곤경에 빠져있다. 따라서 선거의 쟁점을 물가문제이외의 것으로 돌리는 한편 보수우익적 색채를 보다 뚜렷이 표방함으로써 이번 선거를 혁신야당과의 이데올로기 대결로 몰고 가려는 포석이라는 이야기다.
일 교조가 사회당 지지계의 노동단체인 총평산하최대의 산별노조이며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 법제화에 가장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 자민당의 지지기반이 농촌과 전전세대라는 점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요컨대 지금 일본 정부·자민당은 혁신야당과의 대결에서 공산혁명과 혁신정권이 지니는 문젯점을 공격적으로 들추어내기 위한 논쟁의 소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요시해야할 것은 자민당의 이러한 선거전략이 아직도 일본 안에 널리 잠재하는 군국주의 내지 복고주의경향을 배경으로 삼고있다는 사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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