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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경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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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판단을 두고 또 한차례 논란이 일 듯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후진국을 통틀어 이례적인 호황을 구가했으나 연말의 원유파동을 계기로 인플레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활동이 침체 내지는 둔화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작년말이래 석유류 공급제약·인플레 대책 등으로 진정현상을 보여온 미국의 경기는 아직 불황국면으로 돌입하고 있지는 않으나 최근들어 생산·고용·소비수준이 현저하게 저하됨으로써 상반기 중에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경우는 강력한 총수요 억제정책이 주효하여 수급불균형이 다소 완화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원가상승에 의한 물가압력의 지속과 이에 따른 국내소비 및 투자수요의 저조로 경기는 여전히 침체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둔화의 양상이 과거와는 달리 경기 둔화기에도 중립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민간소비지출이 계속 줄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일의 이러한 경기추세가 조만간에 우리경제에 어떤 형태로든 투영될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구나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커지는데 따라 세계경기의 파급시차·축소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본다.
한편 최근 국내경제동향을 주요경제지표를 통해 살펴보면 결론부터 말해서 아직은 경기둔화현상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12일 경제기획원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자료에 의하면 첫째 작년 중 국내경기의 호조를 주도했던 수출신장률은 3월까지 9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8%의 증가를 나타냈고 이를 반영하여 생산·판매활동 역시 계속 활기를 띠고 있다.
지수상으로 볼 때 생산은 2월중에는 전월보다 2·3%의 증가를 보였고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44% 증가의 강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투자활동 역시 민간의 주택건설활동을 중심으로 견조를 유지하고있다.
물론 민간건축활동은 3월부터 시행된 일부 건축허가의 규제조치를 예견한 경제외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도 있을 수 있으나 어쨌든 2월중 건축허가 면적은 전년동기보다 50%나 늘어났다. 그리고 소비수준 또한 서울소매액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증가를 나타내고있다.
이러한 실물경제활동의 활기를 반영하여 통화금융면에서도 견조세를 지속했다. 3월중 국내여신은 5백7억원이 늘어 전년동기보다 33·4% 증가했고 통화량은 해외부문에서 수입대금의 결제를 위한 상당한 환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33%가 늘어났다. 그리고 시중의 결제자금사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어음부도율 역시 3월중 0·10%로서 전월에 비해 감소되었다.
지난달의 전국 도매물가는 전월보다 3%의 상승에 머물러 전년말월에 비해서 23·8% 등귀하였다. 이와같은 월중의 물가상승률은 연초이래 실시한 각종 공산품의 가격현실화조치에 따라 그동안 급등했던 추세에서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서울 소비자물가 및 수입상품 도매물가는 월중에 각각 3·1%, 2·4%씩 상승하였다.
한편 경기사정을 위한 종합지표라 볼 수 있는 경기동향지수(DI)나 경기예고지표를 살펴보더라도 2월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경기는 확장국면에 머물러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한은에서 작성하고있는 DI를 보면 2월에 이르기까지 계속 50%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경기예고지표가 1월중 2·4포인트던 것이 2월중에는 2·2포인트로 0·2포인트 하락하여 다소 둔화상을 보이고있다.
이것은 몇 가지 투자선행지표가 진정현상을 보인데 기인한 것으로 종합지표의 신호는 아직도 적신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에서 중요경제지표를 통한 경기현상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으나 문제는 현재까지 경기둔화현상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기업투자의 선행지표라 볼 수 있는 산업용 건축허가실적이 저조하고 수출신용장래도의 증가세가 수그러지고 있으며 더구나 4월3일과 8일 두번에 걸쳐 있었던 일부공산품의 가격현실화조치는 소비수요에 대한 충격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국 경기가 금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둔화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앞으로 국내경기의 향방을 좌우하는 요인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여 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임재수<한은 조사 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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