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예비군 6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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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8년 1·21 사태의 충격을 계기로 같은 해 4월1일에 발족했던 우리의 향토예비군은 오늘로써 여섯 돌을 맞게 되었다. 예비군은 창설되자마자 울진·삼척에 침투한 무장 공비를 섬멸하는데 있어 군경을 도와 그 실효성을 과시한 이래 내실을 더욱 충실히 함으로써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 없지 못할 향토 방위력으로 성장했다.
전국의 거주 지역 및 직장 단위로 조직된 이 방위 조직은 절도 있게 복원에서 동원, 또는 동원에서 복원으로 전환하면서 그 규모가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병영화 인상을 되도록 불식하려 노력하면서 향토 방위의 중임을 성실히 수행해 온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백40만의 노농 적위대와 70만의 청년 근위대를 보유하는 북괴의 예비 전력을 상기할 때 일단 유사시 우리 예비군의 발휘할 잠재적 전력은 사실상 국토방위의 결정적인 담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북괴의 간접 침략으로 전방과 후방 또는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이 있을 수 없는 현 상황하에서는 예비군의 전력은 단순한 잠재력 이상의 매우 적극적인 전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섯 번째 예비군의 날을 맞아 그 더 한층의 발전과 전진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이 없을 수 없다.
첫째는 현역군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특히 직장과 가정에 있으면서 일단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예비군은 무엇보다도 그 정신 전력, 즉 사기의 앙양을 위해 모든 유효한 수단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예비군의 전력화는 위급한 상황에 있어서의 신속한 동원 태세에 있고 그 신속성은 자발적인 소명감과 사명 의식에 의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실지 행동면에서는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대화마저 일방적으로 중단해 버린 북괴는 최근 날이 갈수록 악랄한 대남 비방과 군사 도발을 격화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모든 역량을 전투 태세의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최근 북괴 동향으로 보아 예비군은 국부적인 방위 태세뿐만 아니라, 전면적 동원 체제의 점검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되겠다.
예비군에 관계하는 모든 요원들은 예비역이 단순한 병역의무의 연장이라는 관념을 불식하고, 보가 위국의 대열에 용왕매진하는 정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단순한 소집 체제의 점검이나, 인원 파악에 그치지 말고 예비군의 정신 동원 체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자발적인 사상 교양이나, 문화 활동을 장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활동은 인구가 소산 되어 있는 지역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둘째는 예비군의 방위 부담의 지역적 차이를 해소하는 문제이다. 벽지나 취약 지역에 있어서의 예비군의 동원과 방위 부담을 덜어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문제이다. 현 지휘 체제에 의하면 예비군의 지휘 계통은 현역군에 일원화되고 있는 만큼, 현역 병력의 지원을 강화하여 해결할 수도 있고 지역별로 이러한 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째 예비군을 통하여 군의 창조적 기능을 사회에 투사하는 문제다. 언제나 부국에는 강병이 그 전제조건이 성립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번영하는 사회에 강한 기강과 투철한 국가 관념을 불어넣어 국민적 단결을 위해서도 앞장서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훌륭한 지도성을 발휘하여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예비군은 현역이 아니요, 상비군이 아니다. 그 성과는 언제나 일단 유사시에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외형적인 성과에만 만족하지 말고, 실질적인 상황에 대비해서도 훌륭한 전력을 발휘할수록 수시로 더욱 효과적인 훈련 방안과 동원 태세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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