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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1년에 두 번 … 호통 질문, 무성의 답변 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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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1년에 두 번 할 것 같다. 지금까진 매년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 때 한 번만 국정감사를 해 왔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감을 6월과 9월, 두 차례로 나눠 10일 정도씩 실시하기로 여야 간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올해부터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며 “그 일정에 맞춰 국감을 상반기에 한 번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종합국감을 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정 수석부대표는 “6월과 9월에 하기로 완전히 결론지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 내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라 ‘연 2회 국감’안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변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90일 전인 10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3년간 열흘씩 빨리 내야 한다. 즉 올해는 9월 23일까지 제출되고, 2017년 예산안은 9월 3일까지 국회에 넘어온다.

 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예산안 심사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마치지 못하면 이튿날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심사를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예산안 심사에 앞서 실시되는 국감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데 여야는 공감했다.

 국정감사를 연 2회 실시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존의 국감은 한 번에 몰아서 600곳이 넘는 정부기관을 감사하다 보니 부실·졸속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쟁 속에 고성과 호통만 난무하고, 증인들은 성의 없는 답변으로 시간만 때웠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연 2회 국감’은 지난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상시 국감’ 수준은 아니다. 국감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1년에 두 번 분산해서 국감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반기 국감에서 지적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하반기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부담을 키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감기관들이 ‘추후 서면보고를 하겠다’는 식으로 피해가는 경우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도 정부 부처 입장에선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국감 때도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자료 요구나 무분별한 증인 신청이 많았는데, 두 번을 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감 시즌엔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최소 한 달 반 동안 업무가 올스톱된다”며 “국감을 두 번 하면 1년에 석 달은 국감에 시달리느라 다른 일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 횟수를 늘리면 간부들이 서울에 머무느라 세종청사 이전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감을 두 번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들이 세종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재계에서도 걱정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감 때마다 소환되는 기업인이 늘고 있는데, 1년에 두 번이나 하게 되면 더 많은 기업인이 국회에서 벌서기를 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주요 상임위가 채택한 기업인·민간단체 대표는 18대 국회(2011년) 때 61명이었는데 19대 국회 들어선 145명으로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인을 불러대기보다 국감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여야는 2월 임시국회 회기를 3일부터 28일까지로 결정했다.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당초 민주당은 ‘민·관·정 협의체’를 주장했지만 정치권에서 해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성호 수석부대표는 “이달 말 활동기간이 종료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대한 활동기간 연장도 민주당은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확답을 하지 않았다”며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이태경 기자

◆국정감사=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조사하는 제도. 대상은 국가기관은 물론, 광역단체·정부투자기관과 본회의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감사원의 감사 대상기관이다. 현재 소관 상임위 별로 매년 정기국회 이전에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고,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기국회 기간에도 할 수 있다. 누구든지 국회의 자료 및 출석 요구 등에 협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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