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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8년간 공사판→교통지옥·정전 … 이제는 삶의 질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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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장 전경. 그 뒤로 소치 시내가 있다. 올림픽 2주를 앞둔 소치의 기온은 영상 10도. [미하일 모르다서브]

2007년 7월 4일 저녁, 소치 시내 겨울극장 부근 광장에는 시민 수천 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4년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지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치’라고 쓰인 흰색 종이가 대형 스크린 위로 클로즈업되어 나타나자 환호가 계속됐다. 많은 사람이 변화에 기뻐하며 동트기 직전까지 밤거리를 돌아다녔고 불꽃을 쏘아 올렸다.

음악가 다리야 아쿨로바는 “그날 밤 친구들과 함께 광장에 있었어요.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서 소리를 질렀어요. 어떤 남자가 나를 안고 빙빙 돌렸던 기억이 나네요. 7년 전 우리는 올림픽 준비기간에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 파크에 새로 건설된 호텔.

그 후 생활이 일변했다. 조용했던 휴양지에 800여 개의 공사 현장이 들어섰다. 현대식 스포츠 단지와 건물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를 거의 새로 건설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 수천 명이 철근 골조를 짜고 콘크리트를 붓고, 페인트를 칠하고 거리를 청소했다. 이후 교차로 8곳, 도로 약 400㎞, 터널과 다리 수십 개, 철도 지선들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시달렸다. 뱌체슬라프 쿠즈네츠(운전기사)는 “운행 노선과 교통 표지판들이 계속 변했어요. 7분이면 갈 곳을 3시간에서 3시간 반씩 걸려 갔어요. TV에서는 이게 다 우리를 위해 하는 일이니 참으라고 했어요. 어쩌겠어요”라고 말했다.

낡은 전선 교체 때문에 정전도 끊이지 않았다. 장사를 하는 바실리 톨스토이는 “우리 가게는 지금도 양초를 팔고 있어요. 전기 사정이 형편없어 그래요. 전기가 너무 약해 램프도 겨우 밝히고 세탁기나 전기주전자, 드라이어는 가동이 힘들어요. 전자레인지도 2년째 쓸모없어 크라스노다르에 사는 친척에게 줬어요. 거기는 이런 문제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기 발전에 필요한 전력이 충분히 확보됐다. 아들레르에 변전소들과 새로운 화력발전소 한 곳이 건설됐기 때문이다. 쿠데프스타 지역에 발전소를 하나 더 건설하려고 했지만, 환경평가 결과 지역사회의 반발이 심해 계획은 동결되었다.

도시 중심부에는 고급 고층빌딩과 일반 주택들이 들어섰고, 교외에는 별장촌이 늘어났다. 아들러 단지에는 올림픽 자원봉사단과 근무지원단을 위한 미니 거주지가 건설됐다. 올림픽 뒤 아파트들은 일부 소치 시민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엘레나 마르키야노바(교육자)는 “올림픽 덕택에 지금 시에서 나눠준 새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새 아파트에 사는 교사, 의사, 군인, 젊은 가정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학교와 유치원, 병원을 새로 지은 도시는 러시아 어디에도 없다. 소치는 사회시설 대부분을 보수하고 장애물 없는 환경 기준을 도입한 러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도시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소치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7년 전만 해도 밤엔 식료품을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쇼핑센터들이 들어섰고 극장, 레스토랑, 카페, 볼링장, 어린이 놀이단지들도 곳곳에 문을 열었다.

마리나 사부시키나

본 기사는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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