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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뚱뚱하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병원에 간 것을 후회하면서 시들시들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H씨가 최근 겪은「에피소드」는 퍽 교훈적이다.
이제 40줄에 들어선 H씨는 자그마한 무역회사를 경영, 그런대로 재미를 보고 있는 편이다. 약간 뚱뚱하기는 하지만 건강상태는 아주 좋았다.
아내의 세 차례 출산 때와 아기가 아픈 때를 빼놓으면 결혼이후 병원에 간 일이 없는 그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아내가 느닷없이 병원엘 가자고 졸라댔다.
『여보, 당신도 이젠 건강「체크」를 받아 봐야 되지 않아요?』『아니, 내가 왜 병원엘 가? 아무렇지도 않은데.』『어제 신문보시지 않았어요? 40대가 되면 반드시 건강「체크」를 해야 된대요. 오늘은 꼭 저하고 같이 가요.』 막부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병원으로 끌려(?)갔다.
사흘동안의 정밀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음이 판명되었다. 그런데 의사의 한마디 충고가 문제가 된 것이다.
『정상이십니다만 선생님의 체중이 표준체중을 무려 15㎏이상「오버」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체중을 줄이시지 않으면 고혈압을 비롯해서 당뇨병 같은 고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살을 좀 빼시지요.』 그날부터 H씨는 저울까지 사들여 놓고 극성을 떠는 아내의 시달림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의 체중은 78㎏. 키가 1m70㎝이니까 65㎏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든 지금 H씨의 체중은 66㎏이다. 2개월도 채 안되어서 무려 10㎏이상이나 살을 뺀 것이다.
탈이 난 것일까, 무리가 간 것일까.
살이 빠져서 몸이 가벼워진 듯 하지만 도대체 살맛이 나지 않는다. 기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욕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몸이 불편하다.
시름시름 하더니 요즘에는 한번도 앓아 본 일이 없는 감기까지 걸려 누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H씨의 예는 약간 뚱뚱하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다. 건강하다고 느낄 때의 체증이 바로 그 사람의 체중이다. 뚱뚱하다고 초조해 하는 그 자체가 바로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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