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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천국 한국|남용의 실태와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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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항생제의 남·오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항생제생산액이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세계적인 항생제 천국의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 같다.
국내 의약품시장에서 항생제가「비타민」과 자양강장제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지난 72년부터다.
당시 의약품 총 생산액의 20%에 달하는 94억원으로 항생제가 약효별 생산액에 있어서 으뜸을 차지함으로써「비타민」·자양강장제와 자리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73년에는「세파로리딘」제제 등 새로운 항생제의 국내소개에 따라 항생제의 생산량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반적으로 중진국에 있어서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의약품 소비량이 증가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항생제의 소비량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나 국내에서의 활발한 의약품개발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항생제의 소비량 증가가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자체의 의료제도와 항생제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1929년 영국의「폴래밍」푸른 곰팡이에서 우연히 발견한「페니실린」의 세균에 대한 획기적인 효능이 확인되면서 인간과 세균의 투쟁을 본격화한 항생제의 막이 올랐다.
그후 45년, 그 동안에 발견된 항생제만도 1천 종이 넘으며, 인간의 ?명 혁명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업적을 쌓아올렸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30여종의 4백여 품목의 항생제들이 시판되고 있다.
항생물질은 대부분이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저해시킴으로써 세균을 죽이는 기능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최근 항생물질에 의해 발육이 저지되지 않는 저항력을 가진 내성균이 증가되고 있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남용한 탓이다.
지난 72년3월1일부터 73년2월에 걸쳐 국립보건연구원이 병원성세균 2백주에 대해 국내의 서만 항생제의 약효를 조사한 결과 44%정도 효력밖에 나타나지 않음을 밝혀 낸 적이 있다.
발견된 초기에는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는 항생제도 결국에는 내성균에 의해 맥을 못 추게 되고 결정적인 경우에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바로 항생제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의학협회지 최근호에 의하면 항생제 오용에 따른 내성균 때문에 미국 병원에서 연간 5천∼1만 명의 사망자가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의 위력에 맞서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된 것은 항생제의 분별없는 사용 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항생제 사용제한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누구나 손쉽게 항생제를 구할 수 있는 무방비의 항생제 천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항생제의 위협은 더욱 가깝고 두려운 것이다,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항생제 사용의 제도적인 규제가 우선 급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의계와 약계의 이해관계나 의약분업의 현실화가 멀다는 이유로 이 이상 국민보건이 항생제의 위협 앞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생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의약인의 양식은 물론, 항생제 사용에 대한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김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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