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갯마을의 재건중학교 책 등 학용품과 운동기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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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호소>
이곳은 서산에서 70리쯤 떨어진 외딴 갯마을입니다. 문화의 혜택이라곤 아무 것도 없고 어쩌다 자동차를 구경할 정도입니다.
저는 마을 친구들과 함께 중학과정을 배우고 있는 소년입니다. 72년 남의 집 사랑방에서 시작한 중학과정입니다. 책상도 걸상도 없는 학교이나 1년이 지나면서 학생수가 늘어나자 마을회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교실 두간이 세워졌습니다.』
말이 교실이지 창고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기쁨은 말할 수 없고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빵집의자와 같은 긴 나무의자뿐인 교실에서 그나마 학구열은 여느 학교에 앞서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같은 저희들의 처지에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착실하게 배우고 자라라는 가르침과 격려입니다.
저희들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 더욱 굳센 용기와 의지를 갖도록 해주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자루의 연필, 한 권의 책, 다만 한 개의 배구공이라도 보내 주시고 격려편지를 보내 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의 이 조그마한 소망이 이뤄져 어려운 처지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기쁨을 주신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이 없겠습니다.
조순현<충남 서산군 팔봉면 양길리 팔봉 재건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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