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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이 몰고 온 꼬리 문 각국의 정변|영·불·이등 기존체제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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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너지」파동과 이에 뒤따른「인플레」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묘한 정변 극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윌「벨기에」내각 총사직에 이어 승자 없는 총 선을 야기 시킨 영국의 정치위기,「프랑스」의 내각개조,「이탈리아」중도좌파연정의 붕괴, 한 때「셀라시에」황제의 절대적 지위를 흔들어 놓은「이디오피아」의 정변 등은 각각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에너지」위기가 몰고 온 기성정치「시스템」의 마비라는 공통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확실한 것은「인플레」와 경기후퇴란 두 가지 문제는 오늘날 모든 나라가 당면한 최대의 난제라는 점이다. 프랑스·「이탈리아」·영국·「이디오피아」에서 일어난 정변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어떻게 각국의 정정에 투영되었는지를 알아본다.
▲프랑스=총 사직 2일만에 수상에 재임명된「메스메르」새 내각의 당면문제는「인플레」 와 경기후퇴라는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이다. 이 항로는 지난 1월 22일「프랑」화의 단독변동환율제를 채택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것이다. 「메스메르」수상과「데스텡」재상은 상시 의회에서 단독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것은「프랑스」경제가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는데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메스메르」가 수상으로 재임명된 날「프랑스」국민은 연간 20% 이상에 달한「인플레」율에 따라 1월 중 생계비가 1·7%나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로 석유가 앙등으로 말미암아 2, 3월에 걸쳐 물가가 더욱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음에 비추어 신「메스메르」내각은 임금인상 및 취업 보장 책에 대한 요구를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전시내각』이 될 것이라고 신문 논설 가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금융계에서 지난 2월 중순 이후 노조가 동요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사태는 금년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물가고와 실업률 상승에 자극되어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될지 모른다.
각료 수를 23명에서 16명으로 줄인 이번 내각개편의 하나의 목적은 이러한 국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기 위한 정치적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소수정예』라든가『행동하는 내각』이라는「캐치·프레이즈」만 내세워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퐁피두」대통령의 건강문제도 있고 보면「프랑스」정국의 전도는 파란이 자명하다.
▲이탈리아=「루모르」중도좌파연립내각을 붕괴시킨 원인은 석유위기 하에서의 무역수지 대폭적자·물가문제를 둘러싸고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기민·사회·사민·공화 등 각 당의 정책대립이다.
「이탈리아」는 최근 IMF에 12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했는데 사회당의「졸리티」예산상(좌파)은 IMF의 차관조건이 되고 있는「인플레」억제책은「디플레」와 실업자를 생기게 한다고 반대한 반면 공화·기민·사민당(연정안우파) 에서는「인플레」억제를 위해서는 불황과 약간의 실업자 증가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취했었다.
경제정책상의 이 같은 대립으로 공화당의「라·말파」장상(당수)과「브가로시」국무 상이 사임, 마침내「루모르」내각은 성립 8개월만에 총사직하고만 것이다.「라·말파」장상의 사임은「루모르」내각의 각료 몇 명이 석유업계로부터 약 2천억「리라」(약 1천5백억원)를 수뢰한「스캔들」이라는 설이 있지만 그의 측근에서는『석유의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고 펄쩍 뛰고 있다.
공화당이 이탈한다해도 기민·사민·사회 3당이 상·하 양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루모르」씨가 수반이 된 중도좌파 연립내각이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도가 다난할 것은 분명하다.
▲영국=「히드」수상의 자유당과의 제휴노력이 실패함으로써 정권은「윌슨」노동당수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불안정한 소수파내각이 당면한 경제적 과제는 어려운 것뿐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탄광노조의 파업을 종식시켜야 하는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그 파업의 원인이 된 경제위기의 극복인 것이다. 15∼20%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문제, 실업자사태 외에도 연간 30억「파운드」(약 53억「달러」)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국제수지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국제수지 적자로 당장 20억「달러」를 기채 해야 할 형편이다.
영국의 외환보유고는 2월 한달 동안 2억1천2백만 달러 감소되었으며 2월 말 현재 외국화폐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태환 할 수 있는 영국의 금 보유고는 59억6천6백만「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번 영국 총 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통적인 양당제도를 붕괴시킬지도 모를 정치세력의 분극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제3당이「캐스팅·보드」를 장악한 것은 분명히 정국을 불안정하게 하는「마이너스」요인이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웨일즈」 , 그리고 북「아일랜드」의 지방적 이해가 의회에서 부당히 억압되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앞으로 각 지역의「향 당파」의 발언증대는 제3당인 자유당의 진출과 함께 영국정계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국민적인 연대감에 기초를 둔 전체이해가 지역 우선 주의나 개인 우선 주의에 의해 뿌리부터 흔들려 무정부상태를 초래할지도 모르는데 이점에 바로 위기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이디오피아=「셀라시에」황제에 대한「반란」으로 확대되지는 않고 말았지만 그의 절대적 권위에 큰 손상을 입힌 이번 정치위기는 세계적인 석유위기와 결코 무관한 것은 아니다.
식량을 포함한 모든 물가의 전면적인 위협은 석유가격의 상승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명확해 졌는데「이디오피아」정부로서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식량난으로 기아상태에 빠진 일반 대중들이 직업과 임금을 보장하라고 외치며「아디스아바바」에 쇄도함으로써「이디오피아」의 잠재실업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었다.
천정부지의 물가고와 대량실업에「이디오피아」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사태는 악화 일로 이었다. <외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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