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두산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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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 사람을 보라’가 아니라 ‘이 산을 보라!’다. 형형히 빛나는 백두산의 정수리 천지에 영혼이 살아 꿈틀거린다. 시퍼런 산 기운이 인화지를 뚫고 나와 벽 너머로 뻗어나갈 기세다. 사진가 안승일(68·사진)씨는 세 시간 항공촬영에서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어쩌다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 알 수 없다며 혼잣말을 했다. “내가 찍기는 정말 찍은 건가. 또 다시 이런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안승일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이 열리고 있는 서울 인사동 9길 아라아트센터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우르릉 우르릉 산 울음을 들은 듯 착각에 빠진다. 5층 전시장 벽면을 관통해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12m 초대형 백두산 사진 앞에 서면 민족혼의 화신을 만난 듯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지난 20년 세월을 오로지 백두산에 묻은 안씨는 “지구상에서 경배하고 영접해야 할 유일한 한국산”이었기에 산 짐승처럼 한없이 산을 바라보고 온몸을 열어놓고 기다렸다. 느낌을, 카메라 셔터 위에 놓여 있는 그의 손가락을 몇 십분의 일초, 찰나에 누르게 만들 그 순간을.

 안씨는 한민족 누구나 성산(聖山)으로 받드는 백두산을 통일의 아이콘 삼자고 사진으로 말한다. 남과 북의 정서적 통일 물꼬를 터줄 하늘 목소리가 백두산이기에 이번 백두산 사진전이 전국 순회전시로 이어지고 끝내 북녘 땅으로까지 연결 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2월 18일까지. 02-733-1981. [사진 숨은길]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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