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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음악 위주로 '귀맛' 바뀌었지만 국악 대중화·세계화 꼭 이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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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품격 소리극 만들어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김해숙(60·사진) 국립국악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2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장은 “예술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라며 오는 12월에 선보일 대표 레퍼토리를 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63년 국립국악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관심을 모은 그답게 섬세하면서도 당찬 목소리로 기존 국악계를 일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악계는 다른 문화 분야에 비해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어요. 한순간에 변하기는 어렵겠지만 자문위원단을 가동해 외부인들의 비판을 놓치지 않고 겸허하게 수용해 천천히 탈바꿈해가는 국악원을 만들겠습니다.”

 김 원장은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국악의 문제, 옛 국악원장의 친일 행위 등에 대한 껄끄러운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국악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나라 전체가 정리 안 하고 간 대목도 있으나 어쨌든 한 번쯤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김해숙 표’ 물건은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공연을 자주 하는 것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공연 횟수를 절반쯤으로 줄여 ‘깊은 세계’를 표현하는 품위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민속악단·정악단·무용단·창작악단에 지방 국악원 단원까지 함께 만드는 악가무(樂歌舞) 종합극을 신규 브랜드로 초연할 겁니다. 서구 음악 위주로 가다 보니 ‘귀맛’도 바뀌어 ‘요것이 고것이다’ 짚기는 힘들지만 국악원의 자존심을 걸고 성과를 내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국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오늘 여기서 사는 이들에게 공감 주는 주제나 형식을 열심히 연구할 테니 국악 무대를 많이 찾아주시라는 당부다. 문화 정책을 이끄는 전문가들을 초대해 국악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국악 당면 과제를 풀어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청중이 서양 음악회에 올 때는 공부를 하고 오는데 우리 음악을 들으러 올 때는 공부 없이 바로 와서 재미가 있다 없다 하는 건 좀 섭섭해요. 학교 교육도, 언론도 국악을 도외시하니 앞으로는 공부 좀 하고 오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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