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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정치에 이변 몰고 온 영 총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막바지에 접어든 영국 총선은 소수 정당인 자유당의 극적인 부상으로 새로운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런던」 주말 「텔리비젼」에서 집계한 바에 의하면 지난 40여 년 동안 의회 안에서 늘 5, 6석 이상 차지하지 못한 유명무실한 이단 「그룹」으로 존재해 온 자유당이 노동당보다 불과 3·5% 뒤진 28%의 지지율을 보이고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은 38·5%, 노동당은 31·5%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보수·노동 양대 당이 전후 처음으로 의회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 자유당이 참가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몰고 오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곧 전통적인 영국 의회의 양당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큰 것이다. 자유당은 지난 70년의 총선에서 6석을 차지했었으나 그 이후 몇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5석을 더 얻어 현재 11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동 당의 진출은 특히 탄광노조의 파업과 유류 파동, 국제적인 「인플레」현상 등 영국이 당면하고 있는 전후최대의 위기에 대해 보수·노동 양대 당이 내걸고 있는 양극화한 입장에 대해 중용을 찾는 유권자들의 일반적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거기다가 보수당의 우파 세력자인 「에느크·파웰」이 출마를 포기하고 영국의 EC 가입조건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뜻에서 반대당인 노동당 편을 들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 초반에서 그래도 안정된 「리드」를 유지해온 보수당의 세력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탄광노조의 파업 때문에 실시되게 되었지만 선거전의 「이슈」는 현재 영국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당이 갖고 있느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당이 이미 이 문제 때문에 초년에 실각했으며 보수당도 이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의 이를 갖고 있는 자유당을 제외하면 보수·노동 양 대당은 모두 유권자를 규합할 수 있는 참신하고 극적인 「이슈」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히드」 수상은 탄광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경우 영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의 악순환 속에 말려들어 파탄을 면치 못 할 것이라는 암운을 쳐들어 나머지 국민들로 하여금 탄광노조를 몰아세우는 방향으로 보수당 지지로 뭉쳐 줄 것을 기대해 왔다.
이처럼 「히드」 수상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석탄노조의 파업에 집중시키고 이번 총선은 이에 대한 국민투표가 되어 다수 국민의 이름으로 파업을 규탄해 보자는 전략을 펴고있는 것이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노동자들을 도와주자』는 「슬로건」을 들고나서기는 했으나 석탄노조의 30% 임금인상의 타당성이나 실현여부는 제쳐놓고 『진짜 선거「이슈」는 물가·주택·직장』이라고 쟁점을 달리하고 있다.
「윌슨」노동당수는 「파운드」화의 구매력이 지난 1년 동안 2% 떨어졌고 물가는 보수당이 집권한 지난 70년이래 식료품 가격은 53%, 전체물품 값은 37·1%씩 올랐으며 최근 2개월 동안에도 각각 2·9%, 1·9% 오른 것은 「히드」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등 「인플레」를 대 정부 공격의 중요한 무기로 삼고있다.
「히드」수상은 야당의 이 같은 공격에 대해 70년이래 국민소득도 50·5%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물가 등귀는 영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총선의 주인이 석탄노조의 파업인데도 보수·노동 양당의 총선 「이슈」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보수당은 물론 노조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노동당도 뾰족한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때문에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문제는 그대로 남게되고 새 정부와 노조가 계속 팽팽히 맞설 경우 총선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상태는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앤터니·바버」 장상은 『영국은 계속 의회와 이성과 민주주의의 통치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파국과 전체주의에 빠질 것인지 곧 알게 될 시간이 왔다』는 다분히 협박조의 발언을 하고있다.
이와 같이 불투명한 「이슈」의 와중에서 아직도 태도를 결정하지 않은 12%의 유동표를 어느 당에서 종반에 극적인 공약으로 끌어 모으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김영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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